[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우리나라 전체 1만514개의 공익법인이 지난 한 해 동안 받은 기부금이 약 8조 7000억원이다. 이 기부금은 제대로 잘 쓰이고 있을까?
한국가이드스타가 2020년 국세청 결산서류를 토대로 공익법인의 ‘투명성·책무성·재무안전성·효율성’을 분석한 결과에서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바보의나눔, 아이들과미래재단, 어린이재단이 5년 연속 만점을 받았다. 올해 평가에서 만점인 별 3개를 받은 공익법인은 30개, 별 2개는 10개, 별 1개는 1개 공익법인(총 44개 공익법인)이다. 작년에는 각각 145개, 215개, 85개 공익법인(총 445개 공익법인)이었으나 올해는 10% 수준인 44개로 감소한 것이다.
이렇게 많이 감소한 것은 “작년까지는 평가대상 법인의 평가항목이 국세청 공시자료의 정확성에 맞춰 평가했으나 올해부터는 공익법인의 정보공개인 투명성에 초점을 두고 한국가이드스타가 요청한 자료를 제출해야만 평가를 하는 것으로 방식을 변경”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올해 평가대상 공익법인 중 555개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소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평가대상이 감소한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기부문화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가이드스타의 평가등급을 받은 공익법인이 받지 못한 공익법인에 비해 다음 해의 기부금 수입이 더 증가했다고 한다. 다만, 등급을 부여받은 공익법인 내에서는 평가등급에 따라 기부금에 차이가 없었다. 이는 평가등급의 수준보다는 평가등급을 받았다는 자체가 기부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익법인의 평가와 관련된 개선방안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공익법인 평가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공익법인의 투명성 확보는 공익법인의 존립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기부금의 증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201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부하지 않는 이유'에서 '기부 단체 등 불신'(14.9%)이 3위로 나타났다. 이는 공익법인의 투명성이 확보되어 신뢰도가 증가한다면 기부금이 증가할 것임을 의미한다.
둘째, 공익법인 평가기관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익법인을 평가하는 기관으로는 한국가이드스타가 유일하지만 미국에서는 200 여개의 평가기관이 존재한다. 공익법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여러 개의 공익법인 평가기관이 존재해야 한다. 물론 공익법인 평가기관이 너무 난립하는 경우에 평가기관별로 평가결과가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나, 복수의 평가기관이 존재하는 경우에 공익법인을 다양한 측면에서 다양한 지표를 이용하여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셋째, 공익법인 평가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공익법인에서는 공익법인 평가가 공익법인을 규제하는 수단이 아니라 공익법인을 도와주기 위한 평가임을 인식해야 한다. 기부자가 공익법인을 신뢰할 수 없으면 기부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공익법인의 존립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부자들은 공익법인 평가결과를 기부 결정에 활용해야 한다. 좋은 평가를 받은 공익법인의 기부금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되는 경우에 공익법인은 규제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평가를 받을 것이고 이를 통해 투명성도 확보될 것이다.
넷째, 공익법인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법인이 아닌 단체를 공익법인으로 유도하고, 설립취지에 맞게 투명하게 운영되는 공익법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2020년 말에는 법무부 산하에 공익위원회를 설치하는 공익법인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었다. 공익법인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여 공익법인들이 준수하도록 함으로써 공익법인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익법인의 활동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점점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공익법인이 본래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공익법인 평가 관련 제도개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