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 지정’ 베스파…이완수 신임 대표, 구원투수 해낼까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 발생…반등 절실한 상황
킹스레이드 부진·개발 자회사 적자 등 재무지표 ‘적신호’
이완수 사장 6개월 만에 회사 수장으로…신작 흥행에 사활
공개 2021-04-05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1일 18: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베스파(299910)가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를 덜지 못했다. 2018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두 차례 세전사업손실이 자기자본 절반을 초과해서다. 2018년엔 상장으로 인한 일시적 회계 비용 때문이고, 작년엔 오로지 내부 실적으로 평가받은 터라 유의미한 위험요인이다. 주력 게임 킹스레이드의 내림세가 두드러진 베스파는 적자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관리종목 탈출을 위한 구원투수 등판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새롭게 운전대를 잡은 이 대표의 가장 험난하고 큰 과제는 단연 '원 IP 꼬리표 떼기'가 됐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달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베스파는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2018년, 2020년)에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로 인해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다. 작년 베스파 세전사업손실(404억원)은 자기자본(329억원) 대비 무려 123% 비중을 차지한다.
 
베스파는 곧장 투자자 불안을 잠재웠다. 앞서 2018년 세전사업손실 1057억원은 코스닥 상장 추진 당시 일시적인 회계 비용으로 야기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전환상환우선주(RCPS)의 보통주 전환 과정에서 인식된 공정가치 평가손실 1333억원(파생상품평가손실)이 타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작년 손실의 근원은 명료했다. 신작 개발과 투자 비용, 그리고 주력 게임 부진 탓이다.
 
  
물론, 관리종목 지정이 상장폐지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상장실질심사를 거쳐 회사 정상화 여부에 따라 해당 위험을 해소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유상증자 등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하거나 손실 기조에서 벗어나면 된다. 회사는 본업인 게임에 무게를 두며 수익성 개선을 일궈내려는 모양새다. ‘타임디펜더스’, ‘킹스레이드 시즌’2 등 신작의 흥행이 반등 카드로 꼽힌다.
 
사업 구조만 보면 베스파는 게임업계에서 교본이 될 만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개발·퍼블리싱 능력을 두루 갖췄고, 국내외 시장에서 게임을 흥행시킨 저력이 기저에 깔렸다. 그간 실적 상승곡선도 선명했다. 2015년 매출액 1억원, 영업적자 약 17억원에 허덕이던 회사는 2017년 킹스레이드 출시 후 매출액 311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하며 성장 급물살을 탔다.
 
킹스레이드로 벌어들인 현금으로 타인자본 무게를 감량하고, 나머진 게임 개발에 투자하는 전략을 강구했다. 2017년 1000%를 웃돈 회사 부채비율은 다음 해 24%가량으로 대폭 감소했다. 2018년 현금성자산은 8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5% 늘었다. 매출액, 영업이익은 2017년 대비 순서대로 300%, 316% 늘어난 1245억원, 282억원을 달성, 기세를 몰아 그해 12월 코스닥에 상장됐다. 배당 여력 지표인 잉여현금흐름(FCF)도 2017년 63억원보다 337% 증가한 275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2019년부터 재무지표에 경고음이 울렸다. FCF는 -55억원으로 악화했다. 회사 자정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내부순현금흐름(ICF)은 -718억원으로 균열이 났다. 킹스레이드 매출액은 여전히 1000억원을 상회했지만, 회사 영업적자는 87억원으로 2018년 대비 쪼그라들었다. 게임 개발에 따른 투자 비용이 늘어나지만 킹스레이드 외 수익창출원이 전무해서다.
 
지난해 실적은 더 악화했다. 매출액은 2019년보다 32% 감소한 683억원, 영업손실은 339억원으로 간극이 더 벌어졌다. 순손실은 2019년 81억원에서 2020년 464억원으로 불어났다. 킹스레이드 매출 추이도 짚어볼 부분이다. 회사 매출 100% 비중을 차지하는 이 게임은 출시 해인 2017년 311억원, 2018~2019년 순서대로 1245억원, 1001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대 수익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은 658억원으로 2019년보다 34%, 2018년에 비해 47% 감소했다.
 
베스파 얼개를 보면 승부처는 게임 흥행이다. 1일 베스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임직원 349명 중 연구·개발 인력은 285명으로 전체 약 82% 비중을 차지한다. 작년 회사 연구개발비용은 170억원가량으로 전체 매출액(683억원) 대비 약 25% 규모다. 개발비용은 전년 대비 47%, 2018년보다 745% 늘어났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베스파 이사진 대부분은 개발진 출신으로, 개발 투자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IT·게임 업계 ‘개발자 지키기’ 행렬에 베스파도 전 직원 연봉을 120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자회사 △넥사이팅 △봄버스(한국·베트남) △HIVE(일본) △슈퍼콜로니(미국) △코쿤게임즈 △하이노드 △플루토이드 7곳 모두 개발 회사다. 회사 원류이자 성장 동력은 결국 게임이라는 얘기다. 넥사이팅은 타임디펜더스 비공개테스트(CBT)를 앞두며 출시 예열을 시작했다. 개발에 치중하다보니 자회사들 성적은 신통치 않다. 플루토이드 외 지난해 전부 순손실을 냈다. 총 150억원에 달한다. 코쿤게임즈와 하이노드의 경우 영업권 관련 손상차손 약 57억원이 인식되기도 했다.
 
반등을 위해선 킹스레이드 성적을 끌어올리고, 신작 게임이 유저들에게 주목받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베스파 수뇌부는 눈여겨볼 만하다. 창업자 김진수 이사회 의장은 게임하이, 넥슨지티(041140), 현 CJ ENM(035760) 손자회사인 CJ게임랩 등을 거치며 개발 노하우를 쌓아왔다. 공동 창업자인 이재익 개발총괄 이사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게임 개발자다. 김 의장과 1979년생 동갑내기로 게임하이와 CJ게임랩, 아이케이게임즈에서 함께 적을 둔 바 있다. 
 
김 의장은 이완수 사업총괄 사장에게 전날 수장 바통을 넘겼다. 이 신임대표는 작년 9월 베스파에 합류, 6개월 만에 대표직에 오르며 파격 인사의 선봉장이 됐다. 이 대표는 액토즈소프트(052790), 넷마블(251270), 카카오게임즈(293490)를 거친 인물로, 넷마블 시절 ‘리니지2레볼루션’을 흥행시킨 전력이 있다. 카카오게임즈에선 북미 사업총괄 이사를 맡으며 해외시장 경험까지 장착했다.
 
 
 
이 대표를 첨병으로 내세운 건 연내 출시 예정인 타임디펜더스, 킹스레이드 시즌2 흥행에 사활을 걸겠다는 자구책으로 판단해볼 수 있다. 게임 개발·퍼블리싱 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킹스레이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사업의 영역을 해외로 더 확장해, 수익창출원을 확보하겠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베스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개발·서비스를 함께하는 게임회사에 있어, ‘원 IP 리스크’ 해소는 우선순위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CBT를 목전에 둔 타임디펜더스가 일본에서 흥행하고 킹스레이드 시즌2도 일정 성과를 시현한다면, 현재 관리종목 관련 우려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개발 투자는 곧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신작 게임이라는 결과물이 그간 소요된 시간과 비용, 노고를 갈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현재 베스파는 성장통을 겪는 과정”이라며 “모바일 외 북미 시장을 겨냥한 콘솔 관련 프로젝트도 내부에서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역설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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