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민희 기자] 국내 제약사
녹십자(006280)(GC녹십자)의 외형이 1조5000억원대로 불어난 가운데 떨어지는 수익성은 고민거리로 꼽히고 있다. 최근 5년간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900억원대에서 500억원대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2017년 7%대였던 영업이익률도 2018년 3%대로 떨어져 지난해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녹십자는 수익성 저하와 함께 차입금 부담까지 갈수록 늘어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GC녹십자 전경. 출처/GC녹십자 홈페이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5041억원, 영업이익은 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20.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893억원으로 흑자 전환해 전년대비 호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수익성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5년 917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2018년부터 500억원대로 대폭 감소했다. 녹십자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은 2018년 507억원, 2019년 417억원, 2020년 503억원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떨어졌다. 2015년 8.75%에서 2018년 3.76%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후 2019년 3.07%, 2020년 3.34%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매출원가와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가 지속 증가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녹십자의 매출원가 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7088억원에서 2020년 1조634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판관비도 2473억원에서 3903억원으로 불어났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녹십자는 2019년 이후 단가가 높은 백신 수출 확대 등으로 매출원가율은 하락한 반면, 일반의약품에 대한 광고비와 건강기능식품의 홈쇼핑 진출에 따른 지급수수료 증가에 따라 판관비율이 크게 상승했다.
이들 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유한양행 5.20% △녹십자 3.34% △종근당 9.51% △광동제약 3.75% △한미약품 4.55% △대웅제약 1.61%이다. 1위, 3위 업체인 유한양행과 종근당의 영업이익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녹십자의 차입금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말 오창공장과 통합완제관을 신축하며 외부 차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오창공장 통합완제관은 혈액제제의 충전·포장·보관 등 전 과정을 일관하는 완제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분리 운영하던 완제시설을 통합하기 위해 신축됐으며, 2019년 말 공사가 완료됐다.
한기평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녹십자의 총차입금은 1326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665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단기차입금이 크게 늘었는데, 같은 기간 586억원에서 2032억원으로 증가하며 지난해 총차입금의 35.9%를 차지했다. 이는 녹십자의 현금성자산인 2324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창출력 기반 차입금상환능력 지표인 ‘총차입금/EBITDA’도 2020년 5.7배로 나타났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인 EBITDA 대비 총차입금이 5.7배 더 많다는 뜻이다.
녹십자의 부채비율(69.5%)과 유동비율(192.1%), 차입금의존도(26.3%) 등의 재무안정성은 우수한 수준이다. 다만 수익성이 제자리걸음을 이어오는 까닭에 단기간에 차입금을 크게 개선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풀이된다.
유준기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보고서를 통해 “오창공장 통합완제관 신축 공사는 완료되었지만, 수익성 저하에 따라 약화된 영업현금 창출능력을 감안하면 차입금 감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녹십자 측에 향후 수익성 개선 방안에 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민희 기자 km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