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실속 화장품'으로 알려진 시드물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대전 중구에 위치한 시드물 본사. 출처/시드물 홈페이지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시드물은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드물 지분은 민중기 대표의 형 민원기씨가 100%를 보유하고 있다. 머지않아 공개 매각(Public Deal)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매도희망가는 약 4000억~4500억원이다.
시드물은 '알짜'회사로 알려져 있다.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지만 충성 고객이 많다. 달리 말하면 '인지 대비 구매율'이 높다.
또한 다른 화장품 브랜드와 달리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화장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많다. 올리브영, 랄라블라와 같은 H&B 멀티숍 판매 비중이 낮다 보니 다른 화장품 브랜드와 비교해 판매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자체 커뮤니티도 활성화돼 있으며 판매관리비 비중이 낮아 매출원가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이기에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이익의 질'을 평가하는 영업이익률이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40%를 줄곧 넘겼다. 현금창출도 안정적이다. 2017~2019년 3년 평균 잉여현금흐름이 186억원으로 3년 평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39억의 77% 수준이다. 법인세를 제외한 영업이익이 현금화되는 셈이다.
재무구조는 상당히 탄탄하다. 영업이익이 꾸준히 나오는 가운데 신사업을 추가하지 않고 화장품 사업을 꾸준히 했기에 차입금도 없다. 부채비율은 6.4%다. 또한 자산 중 현금성자산 비중이 85%에 이른다.
다만 매출 증가세는 둔화됐다. 2017년 490억원의 매출을 냈던 시드물은 2018년 530억원, 2019년 518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205억원, 2015년 282억원, 2016년 377억원 등 2014~2017년까지 연평균 25%씩 증가했던 당시와 대비된다.
또한 자체 개발 비중이 낮다.
한국콜마(161890)와 같은 화장품 제조사에서 OEM·ODM(제조업자개발생산·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주문 후 매출을 올리는 비중이 높다. 2019년 시드물은 경상연구개발비 지출이 없었으며, 2018년에는 2051만원의 지출만 있었다. 또한 무형자산 역시 2019년 7374만원, 2018년 1억3437만원으로 적은편이다. 무형자산 계상액의 99% 이상이 소프트웨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 구조상 한국콜마 등 화장품 제조사가 레시피를 뽑아주기에 화장품을 팔수만 있다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대형 화장품 회사들은 기능성 연구를 위해 자체적으로 공장을 갖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시드물은 기본적으로 연구 조직이 약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