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게임, 메타버스 수혜주? "아직은 아니야"…IP 노쇠화도 고민
지난해 영업이익 2019년 대비 52.4% 증가한 110억원
메타버스 수혜주로 급부상하며 주가 '레벨업'
메타버스 관련 사업 모두 개발·실험에 초점…실질 성과 미비
지식재산권(IP) 노쇠화도 극복 과제…주력 게임 매출액 '저조'
공개 2021-03-16 10:00:00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11:1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엠게임(058630)이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 주력 게임의 해외 시장 흥행에 따라 작년 영업이익은 세 자릿수대를 기록했다. 재무안전성도 우수하다. 여기에 주가도 메타버스 관련주로 급부상하며 주목받는 모양새다. 군더더기 없어 보이지만, 한꺼풀 걷어보면 현재 가장 관심이 쏠리는 가상현실(VR) 등 메타버스 관련 사업은 개발력을 축적하는 단계일 뿐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무엇보다 지식재산권(IP) 노쇠화는 엠게임이 서둘러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엠게임은 1999년 설립한 정통 게임 회사로, 200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최근 실적 추이를 보면 매출액은 2017년부터 순서대로 275억원, 271억원, 37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49억원, 36억원, 7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주춤하다가 이듬해 반등한 데 이어, 지난해 2015년 이후 가장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캐시카우인 ‘나이트 온라인(나이트)’이 북미와 터키에서, ‘열혈강호 온라인(열혈강호)’이 중화권에서 흥행한 데 따른 결과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2019년 대비 12.7% 증가한 424억원, 영업이익은 52.4% 늘어난 11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재무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3분기 누적 기준 차입금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47% 이상 감소했고, 대신 잉여현금흐름(FCF)은 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3% 늘어났다. 현금성자산은 2017, 2018년 각각 96억원, 86억원에서 2019년 144억원, 작년 3분기까지 192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유보 현금을 확충하면서 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에 성공했다.
 
엠게임 2017~2020년 실적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메타버스 수혜주로 급부상…역량 쌓았지만, 성과는?
 
뿐만이 아니다. 5000~6000원대 머물던 엠게임 주가는 지난 3일 91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상한가를 달렸다. 전날에도 15.89% 급등한 바 있어 이틀간 주가는 무려 45.89%나 뛰었다. 엠게임이 메타버스 관련 수혜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란 가상(Meta)과 현실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에서 현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 산업은 언택트 문화 확산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VR·증강현실(AR)·블록체인기술 등이 수반돼야 하는데, 엠게임이 해당 역량을 보유한 까닭에 투자자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그러나 엠게임이 보유 역량을 활용한 게임 개발 등으로 회사 외형이나 메타버스 산업 확장을 일궈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우선 짚고 넘어갈 건, 엠게임이 메타버스 관련 기업인 유니티와 2012년 맺은 라이선스 계약이다. 유니티가 메타버스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소프트웨어 개발 IT 회사인 만큼, 과거 양사가 구축한 협업관계가 현재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자연스레 빗발친 것이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유니티는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는 대부분 회사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엔진 중 하나다”라며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양사가 협약을 맺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VR, AR 개발 기술력과 축적된 노하우를 발판 삼아 국책사업을 추진해 콘텐츠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라며 “현재 충남 태안에 VR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지만, 메타버스 관련 신규 게임을 개발하는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진 않다”라고 역설했다. 
 
엠게임 메타버스 관련 요약 정리. 출처/IB토마토
 
엠게임은 2017년 AR게임 ‘캐치몬’을 출시했으며, 이듬해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블록체인인사이드를 설립했다. 그 결과물로, 블록체인을 접목시킨 게임 ‘프린세스메이커 for Klaytn’을 지난해 출시했다. 하지만 두 게임이 회사에 기여한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작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VR체험장 구축을 위한 장비,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과 ‘메카닉 액션 게임 기반 VR게임의 효율적인 시점전환 연구’ 등 VR 관련 기술 연구는 총 14건으로, 2018년 9월까지 진행된 건이 마지막이다. 블록체인 관련 기술 연구는 3건으로, 2018년 10~12월 진행됐다. 2020년 3월 인공지능(AI) 기술 연구를 통해 블록체인 연구를 진행했지만, 공시를 보면 엠게임은 작년 3분기까지 지능형 게임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열을 가한 것으로 관측됐다.
 
블록체인인사이드의 경우 총자산은 3억원가량,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약 4억원, 6억원으로 집계됐다. 게임과 더불어 VR, AR 관련 연구 개발 비용은 2018년 69억원, 이듬해 74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순서대로 25.2%, 19.64% 비중을 차지했다. 작년 3분기까지 연구 개발 비용은 56억원(약 18%)가량이다.
 
이처럼 엠게임은 메타버스와 유관한 VR, AR, 블록체인 등 관련 사업 개발을 꾸준히 이어온 것은 맞지만, 아직 실험·연구 단계에 진입한 수준이며 성과 역시 비가시화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메타버스의 개념은 가상의 현실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엠게임을 비롯해 모든 게임회사가 메타버스 테두리 안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엠게임은 메타버스 관련 개발력을 축적해왔지만, 아직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한 상태다. 출처/IB토마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캐시카우 나이트(2002년)·열혈강호(2004년)…IP 노쇠화 해결해야
 
이보다 중요한 숙제는 신규 IP를 창출해 새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엠게임 누적 매출액(308억원) 가운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웹보드 게임 매출은 각각 282억원, 24억원으로 책정됐다. MMORPG는 열혈강호, 나이트가 80억원 이상 수익을 창출한다. 이터널시티, 영웅, 귀혼과 함께 웹보드 게임 매출은 10억~50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눈여겨볼 부분은 나이트, 열혈강호가 각각 2002년, 2004년 출시된 게임이라는 점이다. 두 게임 외 ‘귀혼’, ‘이터널시티’ 등 역시 2005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10~20년가량 복수 게임이 엠게임 외형을 지탱해오고 있다는 얘기다. 게임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게임 회사를 평가하는 바로미터는 시장을 선도할 만한, 그리고 유저를 꾸준히 유입할 만한 IP를 보유했는지 여부다”라고 했다.
 
엠게임도 올해 신작 게임으로 탄력을 줄 방침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열혈강호 IP를 모바일로 구현한 ‘진열혈강호’다. 엠게임의 해외 시장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까지 192억원으로,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 매출에서 6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태국과 베트남 등 해외시장을 겨냥한 게임으로 풀이된다. 결국 IP를 재활용한 게임으로 단기 수익 창출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엠게임 수익 창출 구조.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2020년 3분기 누적 기준)
 
진열혈강호는 더불어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MMORPG 포화 상태다. 절대 강자인 엔씨소프트(036570) ‘리니지M·2M’을 비롯해 엠게임의 경쟁업체로 꼽히는 데브시스터즈(194480)가 ‘쿠키런: 킹덤’을, 엔픽셀이 ‘그랑사가’를 지난 1월 출시해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모두 MMORPG 장르다.
 
열혈강호, 나이트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순위권에 자리한 경쟁력 있는 게임이 아니다. 열혈강호, 나이트 등 엠게임 MMORPG 국내 총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90억원을 기록한 데 그쳤지만, 데브시스터즈는 같은 기간 내수 시장 모바일 게임 매출액만 300억원을 웃돌았다. 한국보다 북미·유럽 시장에서 강세라는 평가를 받는 펄어비스(263750) ‘검은사막’의 경우, 모바일 게임 매출액 가운데 국내 시장 23% 비중으로 계산해보면 내수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만 500억원을 상회한다.
 
신규 IP를 통해 고질적인 약점을 탈피해 회사 경쟁력을 제고해야만, 메타버스 관련 사업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권이형 엠게임 대표는 “지난해엔 중국과 북미, 터키 등에서 기존 PC 온라인게임이 고르게 거둔 해외 매출과 국내 매출의 동반 상승세가 지속했다”라며 “올해는 스팀 신작, 퍼블리싱 확대 등 신규 매출원 발굴에 힘쓰며 기존 게임들의 국내외 라이브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