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공급과잉 등 영향으로 수년째 실적 부진연이은 투자로 재무건전성 위태…부채비율 330%·차입금의존도 58%체리부로 “B2C사업 집중해 올해 실적 반등 할 것”…신평사 “실적 개선 가능성 불투명”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닭고기 업체
체리부로(066360)의 관리종목 지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적자를 이어온 만큼 올해 반등에 실패할 시 관리종목 신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금창출력이 위축돼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했던 체리부로는 차입금 규모가 불어나고 이자를 갚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에 직면하는 등 재무건전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관리종목 지정 이슈를 떨쳐내기 위해서는 실적 반등이 무엇보다 절실하지만 육계 공급과잉 등의 추세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만큼 반등을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체리부로 본사 전경. 출처/체리부로
체리부로는 종속기업 한국원종·한라CFN 등이 보유 중인 종계를 통해 부화한 병아리를 협력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다. 생산된 육계를 가공 후 종속기업인 델리퀸(유통)과 체리푸드(가공제품제조), 주주사인 한국일오삼(처갓집양념통닭 브랜드 보유)을 통해 프랜차이즈망에 공급하는 등 육계사업에 집중된 사업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체리부로의 연결기준 매출은 2283억원으로 전년 동기(2319억원) 대비 2%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08억원에서 232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2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2283억원) 중 매출원가와 임차료·급여·보관료 등 판관비가 2515억원으로 매출액을 훌쩍 넘어섰다. 장사를 했지만 고정비를 부담하고 나면 오히려 손해를 봤다던 의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줄었지만 매출원가·판관비는 2427억원에서 2515억원으로 4% 증가해 영업손실 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갚아야 할 ‘이자’를 뜻하는 금융비용 등 영업외비용이 증가하면서 당기순손실 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3년째 적자 늪 빠져…올해 반등 실패 시 관리종목 지정
체리부로는 이미 2018년부터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등 수년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18년 영업손실 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된 이후 2019년 -145억원, 2020년 3분기 -232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18년 -0.2%, 2019년 -4.8%, 2020년 3분기 -10.2%로 3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체리부로의 실적 악화 요인으로는 주력 사업인 육계부문 부진 영향이 크다. 2018년부터 수입산 닭고기 증가와 높은 시장 경쟁 등으로 인한 육계 공급과잉추세가 이어졌다. 이는 곧 닭고기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고 수익성이 악화됐다. 실제 2020년 상반기 기준 체리부로의 육계 부문 매출은 8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가량 줄었다. 체리부로는 육계 매출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매출·수익성은 생계시세 등락에 큰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수익성 부진이 수년간 지속되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기로에 서있다는 것이다. 코스닥 시장 상장규정 상 최근 4사업연도 장기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관리종목이란 상장법인이 갖춰야 할 최소한도의 유동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영업실적 악화 등으로 부실이 심화돼 상장폐지기준에 해당할 우려가 있는 종목을 뜻한다.
체리부로는 2018년(-5억원)부터 2019년 -145억원, 2020년 3분기 -232억원까지 약 3년간 영업적자를 이어왔다. 올해 반등에 실패할 시 관리종목 지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란 뜻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육계공급과잉으로 인한 시세등락이 이어지고 축산물 수급조절을 위해 지난해 6월24일 공포된 ‘축산법 개정안’의 시행이 올해까지 유예됨에 따라 실효적인 적용가능성 조차 불투명해진 실정이다. 올해 체리부로는 실적 반등 가능성이 미미해진 만큼 관리종목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수익성 저조한데 연이은 투자로 재무건전성 ‘빨간불’…부채비율 330% 달해
체리부로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 위축돼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는 등 재무건전성 역시 위태로운 상태다.
체리부로는 공장증설 등을 위한 자본적지출(CAPEX)이 지속 발생했지만 2018년 이후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정체되며 잉여현금흐름(FCF) 창출이 제한된 상태다. 지속적인 투자로 자본이 많이 투입된 만큼 영업실적이 창출되지 못했기 때문에 재무부담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5년간 체리부로의 자본적지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111억원, 2016년 116억원, 2017년 157억원, 2018년 184억원, 2019년 164억원으로 집계되며 연간 150억원 내외의 지출이 이어졌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체리부로가 사육시설 증설·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투입한 투자비용은 8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8년(-110억원)부터 적자전환 된 이래 2019년 -30억원, 2020년 3분기 -8억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 전환됨에 따라 잉여현금흐름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2018년 -158억원, 2019년 -147억원, 2020년 -233억원으로 집계됐다. 잉여현금흐름은 차입금을 제외하고 갖고 있는 현금을 뜻하며 적자 전환하면 창출한 현금만으로 고정자산투자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현금창출력이 저조하다 보니 외부서 자금 조달이 이뤄져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졌다. 2017년 1006억원 수준의 순차입금은 2020년 3분기 1545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 역시 1119억원에서 1704억원으로 커졌고 이에 따른 차입금 의존도는 58%로 집계됐다. 총자본 중 절반 이상이 빚인 셈이다.
부채비율도 330%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체리부로의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2015년 372.9%, 2016년 277.4%, 2017년 133.6%, 2018년 165.5%, 2019년 192.4%로 수년간 부채비율이 100~300%대 수준을 유지하며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보인다. 2017년 주식 상장을 통해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자금이 유입됨에 따라 일시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됐지만 현금흐름이 위축되다 보니 다시 악화된 것이다.
부채가 늘어나면서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체리부로의 이자보상배율은 2017년 기준 7.3배에서 2018년 2.7배로 급락했다가 2019년 마이너스(-0.1배)로 전환했다. 2020년 3분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3.5배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1보다 작으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유동성 위험도 높은 수준이다. 대출상환능력 분석지표인 유동비율은 50%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200%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을 이상적으로 보며 100%가 안 된다는 것은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체리부로 측은 B2C(고객간거래)사업을 통한 실적 반등을 이뤄내 이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까지 꾀한다는 방침이다.
체리부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수년간 육계수급불균형에 따른 시세 하락 등이 이어졌고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다”라며 “공급과잉 등으로 닭고기가 남다 보니 신설한 공장 가동률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황이 좋지 않았던 2018년부터 투자를 지속함에 따라 재무부담이 커졌지만 이 과정 덕분에 현재는 생산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라며 “올해는 B2B(기업간거래)는 물론 B2C에도 집중해 실적 반등을 이뤄낼 것이며, 이를 통해 관리종목 지정 우려 탈피와 재무구조 개선을 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는 육계 공급과잉 등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만큼 반등을 이뤄낼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체리부로는 투입된 투자금액만큼 실적이 뒷받침해 주지 못해 재무부담이 가중됐다”라며 “현재까지도 수요가 공급에 비해 크게 위축돼 있는 등 지난해 대비 경기가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워 실적 개선 여부는 불투명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체리부로는 지난해 6월 1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 80억원은 단기차입금 상환에 70억 원은 사료 등 원재료 구매에 사용할 계획이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