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앤컴퍼니 장악, 가온누리가 매입한 인천 A부지로부터 출발테라셈, 의결권 없는 이앤컴퍼니 지분 확보…실질적인 수혜자 ‘가온누리’테라셈-가온누리-나로테크 핵심 인물 모두 ‘같은 뿌리’ …“이앤컴퍼니는 망가졌다”
2000년 6월, 이미지센서와 카메라모듈, 블랙박스 제조 회사 ‘테라셈’이 설립자본금 5000만원으로 사업의 뱃고동을 울렸다. 창립 후 난항을 겪던 회사는 2011년부터 성장 가속 페달을 밟았다. 2014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며 순풍을 타는 듯했다. 상장 이듬해까지는 순항했지만, 급기야 항해에 제동이 걸렸다. 2016년부터 ‘줄적자’가 시작됐고, 회사는 휘청거렸다. 2017년 베트남에, 2020년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반전을 모색했지만, 곧 코스닥 시장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테라셈은 파고를 넘지 못하자 본업과 동떨어졌지만 전도유망한 폐기물 처리업체로 시선을 옮겼다. 바로 '이앤컴퍼니'다. 최근 테라셈은 이앤컴퍼니 탓에 골머리를 앓으며 제 꾀에 넘어간 꼴이 됐다. 테라셈 앞날엔 상장폐지의 먹구름도 짙게 드리워졌다. <IB토마토>는 테라셈이 장고 끝에 구원투수로 선정한 이앤컴퍼니의 아리송한 인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이미지센서 전문기업인
테라셈(182690)은 상장폐지 기로에서 공들인 이앤컴퍼니의 2대주주에 등극했고, 이앤컴퍼니 2대주주였던 가온누리는 테라셈의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전환사채를 확보했다.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테라셈이 확보한 주식은 현재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다. 테라셈은 이앤컴퍼니 인수 이전부터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반면 가온누리는 코스닥 상장사 주식(테라셈)을 얻었다.
전도유망한 폐기물 처리 업체를 인수한 테라셈에 돌아간 혜택은 ‘없었다’. 의결권이 제한된 휴지조각을 얻었을 뿐이다. 반대로 가온누리의 수혜는 ‘가시적’이다. 가온누리와 테라셈, 여기에 나로테크까지 곁들여 세 회사의 이앤컴퍼니 지분 확보 과정은 사실상 공회전에 가깝다. 테라셈-가온누리-나로테크 세 회사가 합작해 이앤컴퍼니 주식을 실질적인 비용 없이 인수했다는 얘기다.
테라셈 회사 전경. 출처/테라셈 공식 홈페이지
본란은 작년 2월부터 시작됐다. 복수 회사가 이앤컴퍼니와 얽혀있고, 가온누리가 먼저 등장한다. 과정을 날짜별로 여섯 차례 나눠보면 이렇다.
2020년 2월28일, 가온누리 주식회사는 인천 A부지를 99억2800만원에 매입하게 된다. 가온누리 수장은 이주현 대표다. A부지를 매입하는 날, 스킨오브내츄럴은 담보신탁(A부지)을 통해 새마을금고로부터 108억원을 대출받는다. 스킨오브내츄럴 수장은 작년 4월까지 이앤컴퍼니 대표를 지냈던 최재훈씨다.
스킨오브내츄럴은 상호를 우림개발로 변경한다. 이 우림개발의 수장은 이주현 가온누리 대표로 곧 변경된다. 가온누리 최대주주는 이앤홀딩스다. 이 이앤홀딩스 주주론 앞서 언급한 최재훈 대표, 그리고 좌승협씨와 조익상씨가 있다.
가온누리는 지난해 2월, 인천 A부지를 매입했다. 가온누리와 테라셈 핵심 관계자는 곧 이앤컴퍼니 이사진에 투입된다. 출처/IB토마토
2020년 3~4월, 가온누리가 A부지를 매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테라셈 자회사 테라신재생에너지는 이앤컴퍼니와 맺은 계약(계약금 30억원)을 통해 이앤컴퍼니 경영권을 획득한다. 앞서 이앤홀딩스 주주였던 조익상씨는 테라셈 사내이사 겸 이앤컴퍼니 대표로, 좌승협씨는 이앤컴퍼니 이사진으로 유입된다. 좌승협씨는 뒤에 또다시 등장한다.
2020년 6월, 가온누리는 매입했던 인천 A부지를 이앤컴퍼니에 양도하게 된다. 매입 당시 100억원가량이었던 부지는 어느새 250억원으로 치솟았다. 가온누리와 이앤컴퍼니의 A부지 최종 거래가는 298억원이다. 4개월 사이 A부지 가격이 198% 껑충 뛴 것이다.
이앤컴퍼니는 부득불 A부지를 매입했고, 가온누리는 그 대가로 이앤컴퍼니 전환사채를 받았다. 이앤컴퍼니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이앤컴퍼니 전신인 케이엠그린의 핵심 인물은 A부지 매입을 결사코 반대했다. A부지가 폐기물 처리업체 용도에 걸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가온누리의 A부지 매입을 주도한 이앤컴퍼니 이사진은 조익상 테라셈 사내이사 겸 이앤컴퍼니 대표, 좌승협씨, 정영섭씨다. 이앤컴퍼니 전 대표이자 가온누리 최대주주였던 최재훈씨는 이앤컴퍼니 사내이사를 지내고 있었다.
테라셈-나로테크-가온누리 핵심 인물은 공통분모를 형성한다. 출처/IB토마토
2020년 7월, 테라셈 자회사 테라신재생에너지는 이앤컴퍼니의 또 다른 주주인 나로테크 주식회사로부터 이앤컴퍼니 주식 169만4183주를 취득하기로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해 12월 이앤컴퍼니 지분 3.39%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이앤홀딩스 주주이자, 가온누리의 A부지 거래 당시 이앤컴퍼니 이사진이었던 좌승협씨가 바로 나로테크의 수장이다.
이앤컴퍼니 최대주주였던 스프링힐그린은 이앤컴퍼니 이사진들의 이 같은 경영 행보에 물음표를 던졌다. 경영진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 전환사채를 무차별 발행하는 등 주주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프링힐그린은 이어 신주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곧 서울지방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발행 주식 의결권은 상실됐다.
2020년 8~9월(추정), 가온누리는 나로테크로부터 이앤컴퍼니 신주 1759만주를 취득하게 된다. 양사간 주식 거래가 일어난 시점은 불분명하다. 이앤컴퍼니 정관 상 주주간 주식 거래는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됐지만, 이 과정이 누락된 채 진행됐다는 관측이다. 그사이 이앤컴퍼니 최대주주는 엔앤피아이로 변경됐다. 스프링힐그린은 이어 가처분신청을 취하했다. 엔앤피아이 측은 다시 의결권 행사금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2020년 12월, 테라셈이 이앤컴퍼니 2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의결권 없는 이앤컴퍼니 주식 1351만5000주가 테라셈 몫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거래 대상자는 가온누리다. 가온누리는 테라셈 전환사채(572만1979주)를 확보하며 언제든 테라셈 최대주주에 오를 채비를 갖추게 됐다.
테라셈은 의결권 없는 이앤컴퍼니 주식을 취득하며 회사 2대주주에 올랐다. 가온누리는 테라셈 최대주주에 오를 동력을 확보했다. 출처/IB토마토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테라셈은 작년 2월5일 가온누리에 예치됐던 이앤컴퍼니 실사보증금 99억2800만원을 계약금으로 전환하고, 중도금과 잔금 170억원은 전환사채로 상계했다.
가온누리는 이앤컴퍼니의 의결권 없는 주식 1351만5000주(주당가격 515원, 2020년 8월3일), 즉 69억원 상당의 주식을 270억원에 매각하며 코스닥 상장회사 주식을 얻게 됐다. 테라셈에 돌아간 건 의결권 없는 휴지조각이다.
뿐만이 아니다. 가온누리는 나로테크로부터 취득한 1759만주 가운데, 테라셈에(1351만주5000주)에 매각한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 407만5000주를 코스피 상장사
센트럴인사이트(012600)에 매각했다. 센트럴인사이트는 이앤컴퍼니 이사진이었던 정영섭씨가 수장으로 있었던 회사다. 센트럴인사이트 사내이사는 이앤컴퍼니 미등기임원(전무)이자 테라신재생에너지 사내이사, 가온누리 전 사외이사, 나로테크 사내이사를 지냈던 최두완씨다.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겠다. △테라셈의 이앤컴퍼니 인수 과정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가온누리, 그 가온누리로부터 이앤컴퍼니 보유 지분을 매각한 나로테크, 그 나로테크로부터 일부 주식을 취득하고 가온누리로부터 휴지조각을 매입한 테라셈은 사실상 모두 같은 뿌리라는 점 △테라셈은 결국 의결권이 제한된 이앤컴퍼니 주식을, 가온누리는 코스닥 상장회사 주식(테라셈)을 얻게 됐다는 점이다.
가온누리와 테라셈 간 거래에서 상계한 실사보증금 99억2800만원은 가온누리가 인천 A부지를 매입한 금액과 같다. 테라셈은 계약금 30억원으로 이앤컴퍼니 경영권을 획득했다. 뿐만이 아니다. 이앤컴퍼니 이사회는 작년 8월12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기존 경영진이었던 조익상 테라셈 사내이사, 좌승협 나로테크 대표, 정영섭 전 센트럴인사이트 대표를 해임하고 새 이사진을 선임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하지만 다음날, 조익상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내세워 임시 주총이 다시 열렸고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이사회 의사록이 작성된 사실이 엔앤피아이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후 일어난 등기 신청 과정에서 발견됐다. 법원은 이에 기존 이사진들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앤컴퍼니 최대주주가 스프링힐그린에서 엔앤피아이로 넘어갔을 때 스프링힐그린은 의결권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는데, 당시 스프링힐그린은 정영섭 이앤컴퍼니 사내이사 겸 센트럴인사이트 전 대표가 진두지휘했다.
테라셈-가온누리-나로테크 관계도. 출처/IB토마토
테라셈-가온누리-나로테크의 이앤컴퍼니에 대한 집착은 이처럼 집요했다. 테라셈은 이앤컴퍼니 인수를 다각적인 포트폴리오 구축과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구세주라고 평가했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다. 가온누리를 위한 인수였다.
가온누리의 이주현 대표는 현재 이앤컴퍼니 구미지사장을 지내고 있으며, 수장으로 있는 우림개발(전 스킨오브네츄럴)을 통해 센트럴인사이트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림개발 전 대표는 최재훈 이앤컴퍼니 전 대표다.
센트럴인사이트는 정영섭 이앤컴퍼니 사내이사가 대표를 지낸 회사다. 청주지방법원 등기과에 따르면 조익상 이앤컴퍼니 전 대표는 아직 테라셈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앤컴퍼니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여전히 이앤컴퍼니는 테라셈-가온누리-나로테크 세 회사 손아귀에 있다. 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테라셈, 가온누리, 나로테크로 인해 이앤컴퍼니 경영 행보는 물론, 회사 전체적으로 의사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라며 “이앤컴퍼니는 망가졌다”라고 역설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