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시장 급팽창…"기업가치 3조원이 불가능한 건 아냐"'2위 사업자'·'쿠팡이츠' 성장 등 부정 요소 많아"막판 협상 과정, DH 불리할 공산 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K)가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요기요의 기업가치를 '3조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뜻 인수전에 나서는 원매자가 없는 가운데 자문업계를 중심으로 과도한 밸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요기요 인수전이 시간이 갈수록 DHK에 불리한 구조로 흘러갈 공산이 크기 때문에 DHK가 인수전 초반에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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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K 매각 희망가 3조원 VS 시장 예상가 2조원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대주주 DHK는 배달앱 2위 요기요 매각을 위해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했다.
또한 DHK는 요기요의 기업가치(EV)로 3조원을 제시했다고 전해진다. DHK가 요기요의 지분 100%를 소유한터라 기업가치는 사실상 DHK의 희망 매도가다. 지난해 말 DHK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가 공정위 명령을 받아들이며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올 당시, 시장에서는 2조원 전후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요기요의 가치를 2조원으로 책정할 당시에도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DHK가 '배달의민족' 인수 당시 사용한 '연간거래액(GMV)의 0.6배'를 기준으로 요기요를 평가하며 멀티플 배수, 배달앱 시장 규모, 요기요의 점유율 등을 일부 보정할 경우, 3조원도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도 배달 시장은 급팽창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2조4760억원이던 거래액은 2018년 4조9890억원, 2019년 9조295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2020년 음식 배달 시장 규모를 약 20조원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배달 시장의 성장도 가파르지만, 배달앱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17년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2년 뒤인 2019년에는 53%까지 급증했다. 절반 이상의 주문이 온라인에서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가파르게 성장, 지난해 8월까지 배달앱을 통한 거래액만 약 7조6000억원으로 2019년 약 7조1000억원을 일찌감치 넘겼다.
배달 시장과 배달앱 시장의 급팽창 속 요기요는 급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시장 점유율은 올해 9월 기준으로 배달의민족 59.7%, 요기요 30%, 쿠팡이츠 6.8%, 위메프오 2.28% 순이다. 2019년 배달앱 점유율은 배달의민족이 약 78%, 요기요가 약 20%였는데 격차는 좁혀지는 모습이다.
일부 가정을 넣는다면 요기요의 기업가치 3조원은 '과도한' 고평가는 아니게 된다. 배달앱 거래 규모가 16조~17조원이면 멀티플이 0.6배, 배달앱 거래 규모가 14조~15조원이면 멀티플이 0.7배 정도면 3조원이 가능하다.
게다가 현재 플랫폼 기업의 가치 평가는 설왕설래 중이다. 회계 자문업계 관계자는 "미래 매출과 영업이익을 추정해 고객 수요와 시장의 성장, 기술발전 등 상당히 많은 가정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과거와 현재의 실적은 중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IB업계 관계자는 "DH의 밸류에이션 기대감이 확실히 높지만 인수전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를 희망하는 사모펀드는 있다"면서 "규모가 부담되기에 전략적투자자(SI)의 참여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위 사업자·쿠팡이츠 성장·제한 시간 등 불리
전문가들은 요기요는 엄연히 '2위 사업자'임을 강조했다. 당연히 '배달의민족' M&A와 다르다는 의미다. 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며 요기요를 포기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M&A 시장에서 업계 '2등'은 1등에 비해 박한 평가를 받는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은 1위 프리미엄이 있고 요기요는 많이 처지는 2위이기에 배달의민족 가입자당 가치의 50~75% 정도 봐야 한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3위 사업자가 쿠팡이츠란 점도 큰 변수다. 쿠팡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고 시장을 확장하는 정책을 쓴다. 쿠팡은 쿠팡이츠를 만들어 배달앱 시장에 진입, '배달비 무료', '최소 주문금액 0원'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매서운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그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3곳으로 시장이 잡혀가는 상황은 요기요 M&A에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쿠팡이츠가 가파르게 성장하다 보니 큰돈을 써서 요기요를 인수하더라도 그 효과가 불확실한 것이 큰 단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잦아든 이후 배달 시장의 변화는 예측이 어렵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M&A로 기업을 사고파는 경우 미래 가치를 거래 가격에 녹이기 때문이다.
M&A를 오랫동안 자문한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끝나고 다시 외식 문화가 다시 자리 잡는다면 배달 이용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다만 코로나19가 바꾼 생활 패턴이 향후 어떻게 바뀔지도 미지수이기에 침거 시대 도래 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3조의 기업가치가 설득력을 얻더라도 딜 구조상 DH가 앞으로 불리하게 될 개연성은 충분하다. 지난해 12월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DH가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주식 88%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서 낸 기업결합신고를 심사한 결과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요기요를 운영하는 자회사인 DHK 지분 100%를 6개월 안에 제3자에 매각하도록 했다. 불가피한 경우 기간을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요약하면 업계 1위의 최대주주가 2위 기업을 제한 시간 안에 파는 거래다. 또한 공정위는 DH가 요기요 지분 매각을 마칠 때까지 요기요의 서비스 품질 등이 저하되지 않도록 현재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함께 내걸었다.
현재 상태 유지, 품질 저하 등의 개념이 모호하다. 또한 M&A가 끝나면 매도자와 매수자는 경쟁자가 된다. 계약서상의 문구 하나하나가 향후 다툼의 소지가 될 수 개연성이 크다. M&A 법률 자문을 하는 관계자는 "제한된 시간 내에 법적 다툼을 미연에 방지하는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면서 "그렇기에 마지막 협상 과정은 DH가 무조건 불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