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나수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구조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부채비율은 250%를 넘어섰고 차입금의존도는 40%에 달하는 것은 물론 차입금상환능력마저 취약하다. 그러나 LH 신용등급은 최상등급인 ‘AAA’로 평가받는다. 뒷배에 대한민국 정부가 든든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전경. 출처/한국토지주택공사
LH는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통합·신설된 시장형 공기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근거해 설립돼 법적 지위가 확고하며 정부의 토지·주택 정책수행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9년 말 국토교통부(49.7%), 기획재정부(36.9%), 국책은행(13.4%) 등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LH는 신용등급 ‘AAA/안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정부의 토지·주택정책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안정적인 사업지위와 유사시 정부 지원가능성 등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최상의 신용등급을 평가받은 LH의 재무상태는 적신호가 켜져 있다.
LH는 용지확보·개발, 임대주택 건설 등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으로 지난 2014년까지 순차입금 규모가 지속 확대됐다. 2010년 79조9399억원에서 2012년 93조355억원, 2014년 95조6967억원으로 차입금 규모가 지속 불어났다. 이후 2016년(78조8763억원)부터 2019년(63조6180억원)까지 23조원의 차입금을 상환하며 재무안정성 개선에 나섰지만, 2020년 주거복지로드맵과 공적주택공급 등을 위한 투자확대로 65조6858억원까지 다시 증가했다.
총차입금은 2020년 상반기 기준 70조6193억원이며 이에 따른 차입금의존도는 38.3%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2020년 상반기 기준 251.3%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2016년 342.1%, 2017년 306.3%, 2018년 282.9%, 2019년 254.2%, 2020년 상반기 251.3%로 나타나는 등 수년째 200~30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창출력을 기반으로 한 차입금상환능력 역시 취약하다.
영업이익창출력을 기반으로 한 차입금상환능력 지표인 ‘총차입금/EBITDA’ 지표는 2020년 상반기 기준 13.5배로 나타났다. 이는 EBITDA 대비 총차입금이 13.5배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해당 지표는 유사 업계 대비 열위한 수준이다. 종합건설 업체
대우건설(047040)의 ‘총차입금/EBITDA’ 지표는 5.9배, 동성중공업 3.7배, 롯데건설 3.5배,
GS건설(006360) 3.3배,
KCC건설(021320) 3배, 코오롱글로벌 2.9배, 포스코건설 2.6배,
동아지질(028100) 1.7배, 금성백조주택 1.6배, 농협네트웍스 0.2배,
도화엔지니어링(002150) 0.2배 등으로 나타났다. LH의 공익 사업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수치가 많게는 13배 이상 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차입금 증가로 부채비율이 더욱 올라갈 가능성도 크다. 중단기적으로 임대사업 진행을 위한 투자부동산 취득, 도시재생사업, 분양형 공공주택, 3기 신도시 조성을 위한 사업비 지출이 확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사는 LH의 신용등급을 최상은 AAA로 평가하고 있다. 뒷배경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LH는 2010년 법령 개정으로 공공주택과 산업단지개발, 공공주택관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혁신도시개발 등 5개 공익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정부로부터 보전 받을 수 있다.
또 2012년부터 주택도시기금을 포함한 정부보조차입금을 모두 후순위로 설정하도록 법이 계정됐다.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정부에서 빌린 자금에 대한 상환 압박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최민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사업수행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보유한 점, 보조금·증자 등 정부의 재정지원이 지속되는 점, 정부 차입금을 후순위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가 생성된 점 등 정부 지원가능성은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희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재무부담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지만 법적지위와 정부의 지원가능성이 공사 신용등급을 지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향후 위 요인에 현저한 변화가 발생할 경우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