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커머스 사업 호황…NHN한국사이버결제 실적 연신 성장세게임 사업 부진 지속…작년 하반기 출시 게임도 흥행 실패NHN벅스도 하향세 가시화…모멘텀 필요하다는 관측 잇달아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게임회사
NHN(181710)이 비게임 분야로 외도를 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본업의 위기를 본업으로 정면돌파하지 않고 지나치게 다양한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걱정이 존재한다. 콘텐츠 경쟁력이 절실한 신작 게임 성적은 변변치 못하고 자회사
NHN벅스(104200)도 시장 경쟁이 과열된 탓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사업 기반이 결제·커머스 사업에 쏠려 있는 가운데, 성장의 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모멘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NHN은 결제·커머스(
NHN한국사이버결제(060250), NHN페이코, NHN고도), 음악 플랫폼(
NHN벅스(104200)), 클라우드(NHN TOAST) 등 본업인 게임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다. 회사 매출은 결제, 광고 사업 부문이 35%, 게임 사업이 28%, 음원 서비스 등 기타 콘텐츠 수익 사업이 37% 비중을 차지한다.
NHN 사옥 전경. 출처/NHN
NHN은 오는 8일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비대면 결제 서비스 사업이 호황을 누리는 등 비게임 부문의 성수기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제·커머스 부문은 최근 회사 실적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사업이다. NHN페이코의 경우 작년 3분기 기준 거래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 페이코오더의 주문량은 전 분기보다 85% 증가했다.
NHN한국사이버결제는 2017년부터 지속해서 실적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7~2019년 매출액은 순서대로 3520억원, 4327억원, 469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만 4499억원으로, 2020년 연간 매출액은 최근 4사업연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낼 공산이 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79억원, 218억원, 32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다.
결제 부문 매출액은 2018년 4004억원, 2019년 5182억원으로 지속해서 상승기류를 탔으며 2020년 예상 매출액은 6654억원으로, 전년 대비 28%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77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결제 서비스 성장세 덕분에, 회사 전체 재무 상태도 우수하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NHN의 부채비율과 단기차입금의존도는 각각 35.3%, 3.0%로 집계됐다. 더불어 잉여현금흐름(FCF)은 약 160억원, 현금성자산은 6694억원으로 유보 현금은 안정권이며, 유동비율은 208%로 재무 유동성도 합격점이다. 타인자본 외 회사의 자체 자금 조달능력을 평가하는 내부순현금흐름(ICF) 역시 2019년 대비 5% 늘어난 896억원으로 집계됐다.
NHN 매출 비중, NHN한국사이버결제 최근 4사업연도 실적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다만, 회사 성장세를 견인하는 사업 영역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대신증권(003540) 등 증권업계에 따르면 NHN의 4분기 연결 매출액은 4400억~4500억원, 영업이익은 230억~2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 316억원을 26%가량 밑돌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결제·커머스 사업 대비 회사 본업인 게임 사업의 성적 부진이 도드라져서다.
2019년 NHN 별도 재무제표에 따르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5% 늘어난 2611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5% 줄어든 30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019년 세전계속사업이익은 -28억원, 순이익은 -13억원으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세전계속사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655억원, 232억원으로 집계된 점을 감안하면, 게임 사업 부진은 2019년부터 가시권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도 이를 자각한 듯, 지난해 중순부터 본업 살리기에 나섰다. 먼저 게임 개발 자회사 NHN픽셀큐브와 웹보드 게임 서비스를 맡아온 NHN스타피쉬를 지난해 중순 합병했으며, 최근 NHN픽셀큐브 수장으로 정우진 NHN 대표를 선임하는 등 게임 사업 입지를 견고히했다. 아울러 하반기부터 신작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며 반전을 모색했다. ‘용비불패M’, ‘한게임 승부예측’은 국내 시장에, ‘디즈니쯔무쯔무 스타디움’, ‘크리티컬옵스 리로디드’, ‘AIMS’는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 먼저 선보였다.
이는
엔씨소프트(036570),
넷마블(251270), 넥슨 등 동종업체 대비 첨병으로 내세울 만한 주력 게임이 없다는 약점을 메울 전략으로도 풀이해볼 수 있다. 다만, 네 게임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일 게임 분석업체 게볼루션에 따르면 ‘용비불패M’은 원스토어 매출 200위권을 벗어난 상태다. ‘한게임 승부예측’의 경우 스포츠 배팅이라는 신규 장르로, 규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게임 마케팅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NHN의 4분기 모바일 게임 예상 매출액은 6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 전체 게임 매출액은 같은 기간 대비 6.4% 줄어든 93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최근 3년간 NHN 게임 매출액 추이를 보면, 2018년 게임 매출액은 4376억원, 이듬해 4177억원으로 전년 대비 5%가량 감소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증권업계 연간 게임 매출액 예상치가 각각 2조3875억원, 2조5000억원으로 책정된 가운데, NHN은 4041억원으로 2019년보다 3%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NHN의 올해 게임 매출액은 전년 대비 6% 감소한 3817억원으로 예상돼, 게임사업은 2018년부터 지속해서 하향기류를 탈것으로 관측됐다.
NHN 매출액 추이. 출처/이베스트투자증권
문제는 게임뿐 아니라 콘텐츠 사업도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점이다. 원조 음악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벅스’는 멜론,
지니뮤직(043610), 플로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경쟁 과열 탓에 지난해부터 한풀 꺾인 기색이 역력하다. 앱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벅스의 작년 5월 안드로이드 앱 기준 월간 활성이용자수(MAU)는 44만명가량으로 멜론, 지니뮤직, 플로의 MAU가 순서대로 636만명, 310만명, 205만명으로 추산된 것에 비해 저조한 수치를 나타냈다.
부침은 지난해 실적을 통해 더욱 명료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N벅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507억원,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80%가량 줄었다. 순이익은 작년 상반기까지 10억원을 웃돌았지만, 3분기 마이너스(3700만원) 구간에 진입했다. ICF도 2018년 88억원, 이듬해 67억원에서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42억원으로 역성장을 면치 못했으며, 차입금은 2019년 3분기보다 278% 증가한 27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NHN벅스 2019~2020년 3분기 기준 실적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정리해보면, 결제·커머스 사업 외 자회사 경쟁력 약화와 본업인 게임 사업의 부진 등이 회사 전체 수익성 개선에 제동을 거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결제 사업 외 회사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NHN은 성장 요인으로 작용할 만한 모멘텀이 없어, 주가 상승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라며 “반등을 위해선 게임 신작의 흥행, 자회사 사업 성장 가속화 등 새로운 모멘텀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부문의 경우 향후 신작 모멘텀이 형성될지, 혹은 모멘텀이 형성된다면 그 시기는 언제일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커머스, 클라우드 등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형성될 가능성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NHN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선택과 집중’ 전략 측면에서 내부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간편결제 페이코와 클라우드 등 향후 IT사업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 사업 쪽은 캐시카우 부문으로서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게임사업 재편과 서비스별 계획 등은 차주 실적발표를 통해 말씀드리겠다”라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