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5년 새 22.1%→5.8%…송출 수수료·자회사 부진 원인하림산업에 6559억원 수혈…지난해 계열사에 723억원 투입차입금의존도 49%·부채비율 168%
[IB토마토 나수완 기자] 하림그룹의 중간지주사인
엔에스쇼핑(138250)이 실적 부진을 겪는 와중에 계열사로의 자금 수혈이 이어지며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부채비율이 100%를 크게 넘어서는 만큼 재무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대규모 개발사업을 계획 중인 하림산업의 자금보충약정까지 제공하고 있어 향후 사업리스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엔에스쇼핑 사옥. 출처/엔에스쇼핑
엔에스쇼핑은 식품전문 TV홈쇼핑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지난 2001년 한국농수산방송으로 설립됐으며 2012년 하림홀딩스(현 하림지주)가 지분을 인수하며 하림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2020년 9월 기준
하림지주(003380) 47.71% 등 특수관계인이 61.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엔에스쇼핑은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면서 하림그룹 내 중간지주사로 자리하게 됐다. 엔에스쇼핑은 산하에 △부동산업 하림산업(100%) △엔에스인터내셔널 중국(100%) △프랜차이즈업 엔바이콘(100%) △광고대행업 엔디(100%) △방송프로그램제작·공급업 엔에스홈쇼핑미디어센터(100%) △전자상거래업 글라이드(100%) △EM첨가제품제조업 에버미라클(60.61%)등 7개사를 두고 있다.
엔에스쇼핑의 자회사는 하림그룹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설립·인수합병(M&A) 한 곳들이다.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그룹의 신사업을 도맡은 엔에스쇼핑은 자회사 하림산업을 통해 양재 물류센터 개발을 계획하고 있으며 5200억원 규모의 전북 익산의 ‘하림푸드 콤플렉스’ 프로젝트 사업을 전개한 바 있다.
송출수수료 인상·자회사 실적 부진→수익성 지표 악화
엔에스쇼핑은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 등 비용 증가와 더불어 자회자의 영업부진으로 인해 수익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기준 엔에스쇼핑은 매출은 40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33억원으로 15%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일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 회사에 가져다준 이익은 줄어든 셈이다.
엔에스쇼핑의 실적추이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매출은 2015년 4064억원, 2016년 4411억원, 2017년 4768억원으로 상승세를 보이더니 2018년(4741억원)부터 2020년 3분기(4028억원)까지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렀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영업이익은 2017년(800억원)을 기점으로 2018년 612억원, 2019년 287억원까지 감소하더니 2020년 3분기 233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순이익 역시 2017년 552억원에서 2018년 346억원으로, 2019년 당기순손실(75억원)을 보며 적자전환했다. 2020년 3분기 기준 61억원의 순손익을 내며 흑자전환했지만 300억~600억원 수준의 순손익을 내던 과거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영업의 질’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5.8%로 나타났다. 2015년 상장 당시 22.1%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지만 2017년 16.8%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2019년과 2020년 3분기에는 5.8%로 한 자릿수로 크게 하락하게 됐다.
엔에스쇼핑의 실적 부진 원인은 송출수수료 등의 영업비용의 증가와 종속회사들의 영업부진으로 인한 이익의 감소 등이 손꼽힌다. 송출수수료란 홈쇼핑업체가 IPTV를 통해 방영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을 말한다.
홈쇼핑의 송출수수료 규모는 2019년 기준 1조8394억원으로 2018년(1조6337억원) 대비 12.6% 증가했다. 2010년 4856억원이었던 송출수수료가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15.9% 상승한 것이다. 엔에스쇼핑의 경우 매출의 반 이상(58.4%)의 TV홈쇼핑 사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송출 수수료 증가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 자회사들의 영업부진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2020년 3분기 기준 엔에스쇼핑 자회사 7곳 중 5곳은 2020년 3분기 분기순손실을 입었다. 순손실을 입은 자회사는 엔에스인터내셔널 중국(-2682만원), 하림산업(-238억원), 엔바이콘(-26억원), 에버미라클(-2981만원), 글라이드(-19억원)이다. 엔에스쇼핑의 실적은 부진한 자회사 실적까지 포함되는 만큼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제 자회사를 제외한 엔에스쇼핑만의 실적을 살펴보면 2020년 3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 7% 증가한 3927억원, 492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 역시 14%나 증가한 334억원이며 잉여현금흐름(FCF)도 71%나 증가한 609억원으로 나타났다.
수익은 주는데 적자 계열사에 자금 수혈…결국 재무구조 악화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엔에스쇼핑은 자회사와 그룹 내 계열사로의 자금 수혈을 단행하면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엔에스쇼핑의 재무부담은 2016년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상장한 해인 2015년만 해도 무차입 경영의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췄지만 이듬해 차입금 규모가 3095억원으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자회사 엔바이콘(현 하림산업)의 파이시티(양재동 복합물류단지 부지) 인수 비용(4525억원)을 충당할 목적으로 18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탓이다. 나머지 금액은 보유 현금(약 2000억원)과 은행 차입 등을 끌어모아 해당 부지를 4525억원에 취득했다.
아울러 하림산업에 지난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현재까지 6559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2019년 10월 하림식품을 흡수합병한 하림산업은 부동산업과 식품 첨가물 제조업을 주업으로 하는 NS홈쇼핑의 100% 자회사다.
이외 자회사별로 살펴보면 2020년 3분기까지 하림 USA에 190억원, 엔바이콘에 113억원, 엔디 17억원, 엔에스홈쇼핑미디어센터 50억원, 에버미라클 49억원, 글라이드 110억원 수준의 자금지원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엔에스쇼핑은 지난해만 자회사·계열사에 네 차례 출자를 진행했다. 지난해 2월 신설법인 엔바이콘에 50억원, 6월 글라이드에 60억원, 7월 하림산업에 500억원을 출자했다. 8월엔 지분 18.97%를 보유한 하림USA 유상증자에 113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한해만 723억원 가량을 투입한 것이다. 2015년부터 2020년 3분기까지 발생한 엔에스쇼핑의 자본적 지출(CAPEX)은 8057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연이은 자금 소요를 단행한 결과 엔에스쇼핑의 재무구조는 위기에 직면했다. 회사채 발행 등으로 차입금 규모가 크게 늘어나며 빚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에스쇼핑의 총 차입금은 2017년 2226억원에서 2020년 3분기 기준 5617억원으로 3년 새 2.5배 이상 불어났다. 이에 따른 차입금 의존도는 49%로 나타났다. 부채총계는 7197억원으로 전년 동기(4852억원) 48%나 급증했다. 2015년 1161억원 수준에 그치던 부채규모가 5년 새 6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은 168.4%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대표적인 기업의 재무건전성 지표로 활용된다. 통상적으로 100% 미만이면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부채 등을 상환할 수 있는 ‘지불능력’ 판단지표인 유동비율은 전년 동기(81%) 대비 12%포인트나 하락한 68%를 기록했다.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100% 이하일 경우 현금성 자산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인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잉여현금흐름(FCF)을 살펴보면 엔에스쇼핑의 악화된 재무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차입금을 제외하고 갖고 있는 현금이라 할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이 많다는 것은 배당금, 기업의 저축, 인수합병,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할 돈이 넉넉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하면 창출한 현금만으로 고정자산투자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엔에스쇼핑의 지난 5년간 잉여현금흐름 추이를 살펴보면 2016년 -4293억원, 2017년 691억원, 2018년 -37억원, 2019년 -1060억원, 2020년 3분기 71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을 제외하곤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엔에스쇼핑의 자금사정도 녹록지 않아 외부자금조달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신용평가사서는 엔에스쇼핑은 재무구조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엔에스쇼핑은 2020년부터 3년간 연평균 100억원 내외의 방송장비 등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회사 하림산업을 통해 서울 양재동 구 화물터미널 부지를 취득,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에스쇼핑은 대규모 개발사업을 앞둔 하림산업의 차입한도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하고 있는 등 우발채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향후 부동산 개발과 식품제조 등으로 사업영역이 확대될 경우 안정적인 TV홈쇼핑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던 회사의 사업리스크가 과거 대비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엔에스쇼핑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회사와 엔에스쇼핑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고 그룹사가 신사업 등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자금 지원이 발생하고 있다”라면서도 “차입금이 발생했지만 양호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은 양호하다”라고 말했다.
나수완 기자 ns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