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영업적자 시 관리종목 지정 ‘불가피’물적분할로 연구개발비 절감 등 자구책 마련썸에이지 측 “관리종목 지정 관련 논의 중인 사안 없다”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게임회사
썸에이지(208640)가 코스닥 시장 관리종목 지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17년 스팩상장 후 4사업연도 장기영업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호실적이 시급한 썸에이지는 비용 절감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반등 열쇠로 꼽혔던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의 부진은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높이고 있다.
썸에이지는 2013년 설립된 모바일 게임 전문 회사로, ‘서든어택의 아버지’ 백승훈 회사 대표를 첨병으로 내세워 업계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2014년 출시한 ‘영웅 for Kakao’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매출액 600억원을 웃돌며 흥행에 성공했다. 회사는 이듬해 넥슨모바일 멤버들이 설립한 동종업체 네시삼십삼분에 인수돼 회사 저변을 넓혀갔다. 썸에이지는 이어 케이비제6호스팩과 합병해 2016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며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썸에이지 회사 전경. 출처/구글 지도
상장 기쁨은 잠시였다. 썸에이지의 2016년 매출 가운데 99.4%(60억원) 비중을 차지했던 영웅 for Kakao는 이듬해 83.4%(30억원), 2018년 31.9%(11억원)로 점차 영향력이 감소했다. 이후 출시된 게임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불어 영웅 for Kakao는 2019년 매출 비중 18.7%(7억원),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0.87%(1100만원)로 집계되면서 쇠망의 길을 걸어갔다.
게임이 부진한 탓에 회사 외형은 자연스레 쪼그라들었다. 2016년 매출액, 영업손실은 각각 61억원, 15억원으로 집계됐지만, 다음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 감소한 36억원을, 영업손실은 89억원을 기록해 시름이 더욱 깊어져 갔다. 2018년 회사 재무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영업손실이 265억원에 육박했으며, 잉여현금흐름(FCF), 내부순현금흐름(ICF)이 각각 -236억원, -321억원으로 유보 현금은 동이 났다. 또, 부채비율은 352.3%로, 전년 대비 350%가량 불어났다.
설상가상으로 세전계속사업손실액(-292억원)이 자기자본(91억원)의 50%를 훨씬 상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기자본 50% 이상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이어지면 코스닥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썸에이지는 2019년 4월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에 이어, 12월 제3자배정유상증자를 통해 모회사 네시삼십삼분으로부터 총 300억원가량을 긴급수혈 받았다.
그러나 살림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관리종목 지정 위험은 피했지만, 쌓여가는 영업손실을 줄여나갈 돌파구가 필요했다. 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지속하면 코스닥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썸에이지는 스팩상장 후 2017~2019년(별도 재무제표 기준) 순서대로 69억원, 206억원, 50억원의 영업적자를 이어온 것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은 18억원이다.
썸에이지의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연결 재무제표를 보면, FCF, ICF가 각각 -74억원, -102억원으로 회사 자정능력은 ‘제로(0)’ 상태다. 구세주였던 네시삼십삼분은 완전자본잠식을 4년째 이어가는 등 도움을 줄 여력이 없다. 만약 4분기에도 영업손실(별도 재무제표 기준)이 이어진다면, 썸에이지는 관리종목 지정 절차를 밟게 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지속해서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상장적격성실질심사 절차를 밟고, 이후 회사의 회생 가능성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관리종목 지정 기업은 해당 사실을 공시하게 되는데, 그날은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된다”라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제3자배정유상증자 시 매각이 제한되는 등 불이익이 있다”라고 말했다.
썸에이지는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먼저 2019년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한 언사인드게임즈에 게임 개발 인력을 전면 배치하며 연구개발비용을 줄여갔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썸에이지 연구개발비는 0원, 언사인드게임즈는 32억원으로 집계됐다. 4사업연도 장기영업손실 판단 기준이 별도 재무제표라는 점을 고려, 영업비용으로 매겨지는 연구비를 절감해 반등을 위한 활로를 만든 것이다.
지난해 3분기 썸에이지 별도, 연결 재무제표를 비교해보면 영업손실은 각각 약 18억원, 85억원으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또, 작년 11월 출시한 신작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의 퍼블리싱을 맡으며 유통수수료를 지급받게 됐다. 퍼블리싱을 통한 광고 수익 등으로 매출액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리해보면 게임 개발을 지속하면서 자회사로 영업비용을 덜어내고, 주력 게임 부재를 퍼블리싱 수익으로 대체해 영업이익을 개선하겠다는 회사 전략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
썸에이지 최근 4사업연도 영업손실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문제는 영업수익의 불씨를 잡아당기기에는 퍼블리싱 게임 화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작년 3분기 17억원의 매출액 가운데 내수시장 모바일게임 매출액은 약 9억원(51%), 기술지원 매출액은 8억원(49%)으로 집계됐다. 게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지만, 퍼블리싱을 통한 서비스 매출이 게임 매출 부진을 메우는 구조다. 반전 카드가 곧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의 퍼블리싱 매출이라는 얘기다.
다만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의 매출액이 앱·결제 수수료 등을 포함한 비용을 상회할 수준인지 의문부호가 남는다. 28일 게임 분석업체 게볼루션에 따르면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의 구글플레이 매출액은 전체 50위, 애플 앱스토어는 34위에 올라있다. 베트남 시장의 경우 애플 앱스토어 게임 매출 최고 순위는 58위, 태국은 62위, 인도네시아는 92위로 집계돼 모두 50위권 밖에 랭크됐다.
특히 썸에이지의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광고선전비는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난 8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가 지난해 11월 출시된 점을 미뤄볼 때 4분기 광고선전비는 더 높게 책정될 공산이 크다. 광고선전비 등을 포함한 비용을 뛰어넘는 매출액을 기록해야 반전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썸에이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의 일매출 추이나 구체적인 성적은 실적 발표 전까지 대외비다”라며 “매출로 이어지는 광고 수익까지 감안하면, 현재 게임 분석업체 순위만으로 게임 전체 성적을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리종목 지정과 관련해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안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썸에이지는 코스닥 시장 내 회사의 위치나 주가 등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다”라며 “게임 개발에 좀 더 총력을 기울여 올해 신작 ‘데카론M’, ‘크로우즈’를 출시하면서 회사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