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최근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회사들의 자산손상 관련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감독지침’을 발표하였다. 자산손상과 관련하여 “미래현금흐름이나 할인율 추정시 사용한 가정과 추정치에 대하여 재무제표 작성 시점에서 이용가능한 내·외부 증거를 바탕으로 최선의 추정을 하고, 충분히 공시한 경우에는 향후 그 추정치가 변경되더라도 이를 회계오류로 판단하지 않겠다”라고 발표한 것이다.
회계에서는 자산의 회수가능액(예: 8억원)이 장부금액(예: 10억원)에 미달하는 경우 장부금액을 회수가능액으로 조정하고, 감소된 금액(예: 2억원)은 ‘손상차손(당기비용)’으로 인식한다. 원래 자산손상과 관련해서는 회사와 외부감사인 간에 의견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특히 코로나19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의 추정 등에 대하여 심각한 의견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독당국이 미리 감독지침을 발표한 것이다.
과거에도 감독지침이 발표된 적이 있었다. 먼저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많은 논란이 발생하자, 2018년에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최초로 발표하여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고자 하였다. 그 후 “신(新) 리스기준서 시행 전·후 해운사·화주간 장기운송계약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 “물적분할시 모기업의 별도재무제표 회계처리기준 적용 관련 감독지침”, “비상장주식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관련 가이드라인” 등이 발표됐다.
감독당국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감독지침은 “국제회계기준의 합리적인 해석범위 내에서 감독업무의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서 “새로운 회계기준이나 기준 해석”이 아니고 “회사는 개별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이유를 근거로 동 지침과 달리 판단하여 회계처리”할 수 있다. 즉, 감독지침은 감독 목적으로 감독당국이 제시한 지침으로서 회사가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으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감독지침과 다르게 회계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감독지침은 일종의 ‘비(非)조치의견서(no action letter)’로서 감독지침에 의하여 회계처리하는 경우에는 감독당국이 나중에 문제 삼지 않겠다(즉,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미리 천명한 것이다.
감독당국이 감독지침을 발표하게 된 것은 과거 규정중심의 우리나라 회계기준을 대신하여 원칙중심의 국제회계기준(K-IFRS)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 회계기준에서는 회계처리에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였다면 국제회계기준에서는 회사의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기 위한 회계처리의 선택에 전문가마다 의견이 달라서 복수의 정답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와 외부감사인의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전기 감사인과 당기 감사인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성문법 계열의 규정중심 회계에 익숙해 있었으므로 불문법 계열의 원칙중심 회계에 낯설어서 발생하는 문제로 보기도 한다.
회사가 감독지침에 따라 회계처리를 하면 감독당국은 문제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회사나 감사인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이 감소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감독지침의 남발은 국제회계기준의 특징인 원칙중심 회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고, 국제회계기준과의 불일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회사가 감독지침을 무조건 따르게 되어 감독지침이 사실상 회계기준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회계처리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하여 꼭 필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감독지침을 발표하고, 회사는 감독지침을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참고자료로 이용해야 한다. 감독지침은 회계기준이 아니고 감독당국의 감독 목적 회계지침일 뿐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회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자산손상에 대한 감독지침은 그 일부에 불과하다. 이제 본격적인 결산과 외부감사 시즌이다. 회사와 외부감사인, 감독당국 등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여 코로나19가 회계에 미치는 영향을 무사히 잘 넘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