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투자는 카카오게임즈의 그간 행보와는 다르다. 최대주주 변동이 있을 만큼 역대 최대 규모인 데다 넵튠이 특별히 수혈이 요구되는 상황도 아니라는 점에서다. 일각에선 단순 투자 이상의 노림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넵튠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해 향후 카카오 계열로 편입시킬 것이라는 예측이다.
양사는 넵튠이 개발한 ‘프렌즈 사천성’을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 하면서 2016년 협업의 물꼬를 텄다. 카카오게임즈는 2017년 100억원을, 이듬해 전환사채 매입 등으로 240억원을 넵튠에 투자했다. 이어 2019년 넵튠은 카카오게임즈를 대상으로 사모전환사채 100억원을 추가로 발행했다. 단일 투자로 200억원을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넵튠은 당초 15일로 예정된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내달 5일로 변경했다. 공시를 보면, 거래종결 선행조건의 일부인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신고 진행 일정’에 따른 절차를 밟고자 일정이 지연된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업결합이다. 이 단어는 보통 법적 계약에 따라 하나의 기업으로 합병할 때 쓰이는 말로, 인수·합병(M&A)이 대표적인 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기업공개(IPO) 직전이었던 지난해 8월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 적극적인 M&A를 시도할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물론, 이것만으론 단정할 수 없다. 공정위에 따르면 M&A 외 다른 회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해 최다출자자가 되는 경우에도 기업결합 유형에 속해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카카오게임즈가 1000억원 이상 자금을 쏟은 회사는 지난해 지분 약 53%를 확보, 1181억원으로 인수한 엑스엘게임즈뿐이라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무엇보다 넵튠의 최근 상황이 좋다. 주력 게임 부재로 카카오 지지대 역할이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자생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자회사 님블뉴런이 내놓은 ‘영원회귀:블랙서바이벌’은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동시접속자수 5만명을 상회했다. ‘배틀그라운드’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합쳤다는 평가를 받으며, 트위치 스트리머와 유튜버 등 다수 인플루언서에게 삽시간 퍼지면서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영원회귀:블랙서바이벌'. 출처/넵튠
또, 2018년 순손실 369억원에서 이듬해 208억원으로 간극을 좁히더니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 140억원을 기록해 반등에 성공했다. 유동비율은 2020년 3분기 기준 약 128%로 전년 대비 90% 이상 개선됐다. 내부순현금흐름(ICF)은 2018년 -559억원, 2019년 -25억원, 이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63억원으로 집계돼 플러스 구간을 맛봤다. ICF는 기업이 차입금에 의존하지 않고 창출해 낸 총현금흐름이다.
지난해 1월 6000~7000원 대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지난 12월 3만원 고지를 넘어 넵튠 성장에 불을 지폈다. 지난 연말 시가총액은 6319억원으로 연초 1570억원 대비 약 302%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 말 시총(3344억원)과 비교해도 89% 이상 증가한 수치다.
회사 수장들 간의 관계는 ‘카카오 넵튠’ 전망에 특히 힘을 싣는다. 정욱 넵튠 대표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남궁 대표는 과거 한게임(現
NHN(181710))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한게임 전성기’를 구가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정욱 대표는 2018년 카카오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카카오벤처스 게임 부문 밸류업파트너로 선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