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덩치를 키운 게임사들이 지난해 실적 대잔치를 벌였지만 위메이드(112040)는 적자 늪에서 허덕이며 웃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 자회사를 통한 암호화폐 시장 진출이 반등의 불쏘시개로 꼽히고 있지만 대작 게임의 자리매김이 선행 과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빅3’ 넥슨,
넷마블(251270),
엔씨소프트(036570)를 비롯한 대다수 게임업체가 2020년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 창궐로 ‘집콕’ 문화가 잇따르자, 소비자 시선이 자연스레 게임에 쏠린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 코스닥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뻔한
게임빌(063080)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위메이드 실적은 그러나 연신 하향곡선을 그렸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연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약 237억원, 영업적자는 96억원가량이다. 신작과 관련해 광고선전비는 2019년 3분기보다 260% 늘어난 4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와 비교해 1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누적 순손실은 90억원에 육박했다. 유동비율은 지난해보다 소폭(4%) 하락해 재무건전성도 상대적으로 악화했다. 더불어 2018년 ‘0%’였던 차입금의존도에도 균열이 생겼다. 회사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2분기 약 50억원에서 3분기 86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자기자본은 40억원 이상 감소했다.
위메이드 신작 ‘미르4’. 출처/위메이드
회사 자금 상황은 나쁘지 않다.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820억원이다. 또, 동종업체 엑스엘게임즈,
웹젠(069080) 지분 전량을 털어 300억원을 웃도는 평가손익을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적자를 지속하는 원인은 회사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위메이드는 모회사를 중심으로 주력게임 배급과 투자 사업에, 자회사를 토대로 블록체인이나 게임 개발 등 사업 영역 확장에 집중하는 형태다. 지난해 3분기 별도재무제표상 순손실은 35억원, 영업비용은 154억원, 영업손실은 16억원이다. 자회사와 묶어보면(연결재무제표), 순서대로 각각 115억원, 333억원, 96억원으로 집계된다.
투자익을 얻지만, 전체 손실이 이어지는 것은 이처럼 종속기업의 마이너스(-) 성장 때문이다. 위메이드의 2019년 별도재무제표상 잉여현금흐름(FCF)은 -65억원, 연결재무제표상은 -539억원으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전기아이피 외 모든 자회사는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하는 형세다. 게임 개발 자회사
조이맥스(101730)는 지난해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위메이드로부터 긴급수혈을 받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술 연구 개발을 위해 2018년 설립한 위메이드트리의 누적 순손실은 22억원으로, 아직 플러스(+) 구간을 맛보지 못했다. 위메이드엑스알(순손실 75억원)도 유사하다.
실적 턴어라운드가 절실한 만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한 해 목표를 더 명료히 했다.
장 대표는 신작 모바일 게임 ‘미르4’의 국내 입지를 먼저 견고히 하고, 연내 대만·중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고 최근 신년사를 통해 전했다. 또, ‘미르’ 지식재산권(IP)을 적극적으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실었다. 위메이드트리를 앞세워 암호화폐 시장 진출과 블록체인게임 개발에 무게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조이맥스에 대해선 인수합병(M&A)에 중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전의 열쇠는 장 대표 제언대로, 게임과 사업 다각화다. ‘미르4’ 성적이 가시권에 접어들면, 자회사 사업 성장세가 곧 위메이드 반등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메이드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진출했다. 출처/위메이드트리
위메이드트리는 자사가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 토큰(WEMIX Token)을 지난해 빗썸에 이어,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비키(BiKi)’에 지난 7일 상장하면서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이 암호화폐는 위메이드 블록체인 게임플랫폼 ‘위믹스’에서 사용할 수 있다. 화폐로 쉽게 게임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받을만하다. 위메이드는 게임머니 용도를 넘어 위믹스 토큰의 활용 저변을 넓혀 이용자 증대를 꾀하고, 이어 수익성 창출을 이룰 전망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은 <IB토마토>에 “게임과 암호화폐는 보완적 관계”라며 “게임 속 디지털 재화가 가상화폐와 연동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사업종이다 보니, 시장 진입 비용 역시 크지 않다”라며 "긍정적인 시너지가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양사업이 ‘윈윈’하려면, 경쟁력 있는 게임 개발이 선결돼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컴퓨터정보학회에 따르면 김효남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기존 게임산업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 주고, 토큰 중심 생태계로 편입될 수 있는 게임을 선보이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간 부진했던 실적은 신작 게임 출시가 더딘 탓”이라며 “‘미르4’를 모멘텀으로 올 1분기부터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복수 자회사가 사업에 시동을 걸고 추진해나가는 과정”이라며 회사 성장 동력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