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도 듣지 못한 채 2020년이 가고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코로나19가 사라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간절할 것이다.
회계에서도 12월31일과 새해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2019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상장법인의 98.2%가 12월 말 결산법인으로서 회계연도 말이 12월31일로 집중되는 결산일 집중의 문제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는 12월 말로 종료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결산일을 12월 말로 하는 것이 결산일 집중 이유 중의 하나다. 그런데 결산일의 집중으로 외부감사가 다음연도 1월부터 3월에 집중되어 외부감사인이 충분한 감사시간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회계연도 말을 기준으로 한 분식회계 논란이 많이 존재한다. 분식회계는 자산이나 이익 등을 증가시키는 것과 감소시키는 것 모두를 포함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 자산이나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이므로 이에 초점을 두어 얘기해보자.
결산일이 12월 말인 기업의 경우에 재무제표는 12월 말 현재의 재무상태와 재무성과를 나타내므로 12월 말 현재의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비용의 구분이 중요하다. 즉, ‘기간귀속’의 문제가 중요하다. 기간귀속을 이용한 전형적인 분식회계 방법은 수익은 앞당기고 비용은 미루는 회계처리다. 이러한 분식회계는 주로 12월 말을 전후해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2020년의 이익을 늘리기 위하여 2021년의 매출을 2020년으로 앞당겨 인식하거나 연말에 특수관계자와의 매출거래를 인식하여 매출을 과대계상하거나 2020년의 비용을 2021년 초로 늦춰 기록하는 방법이다.
또한 기말 재고자산을 과대계상하여 매출원가를 줄이거나 손상된 기말 재고자산에 대하여 손상차손을 과소계상함으로써 이익을 과대계상하는 방법이 있다. 재무상태표에 표시되는 재고자산은 12월 말 현재의 재고자산이다. 따라서 감사인은 재무상태표상의 재고자산이 12월 말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연말 또는 연초에 ‘재고실사’를 한다. 또한 실제로 존재하는 재고자산이라도 적정 가격으로 평가되어 있는가도 중요하다. 즉, 12월 말 현재의 재고자산 손상차손의 기록 문제가 중요하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재고실사가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외국에 있는 재고자산은 대면 재고실사가 어려워 대체적인 방법으로 재고실사를 해야 하므로 재고자산 관련 위험이 더 클 수 있다.
그 외에도 연말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분식회계의 방법은 많이 존재한다. 12월 말 현재의 대손충당금(손실충당금)을 적게 설정하거나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을 대손처리하지 않는 것도 전형적인 분식회계 방법이다. 차입금이 많은 기업은 연말의 차입금을 적게 기록하여 부채비율을 낮추고, 이에 따라 이자비용도 적게 기록하여 이익을 늘리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한 퇴직급여충당부채의 과소계상,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이나 파생상품 등에 대한 손상차손의 과소계상, 감가상각비의 과소계상, 개발비(자산)의 과대계상, 공사진행률의 과대계상 등은 모두 연말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분식회계 방법이다.
지금까지 분식회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진 IMF 외환위기 때의 대우그룹, SK글로벌, 대우조선해양, 모뉴엘, 미국의 엔론, 중국의 루이싱커피 등도 위에서 예로 든 방법을 이용하였다.
새해에는 ‘분식회계’와 ‘코로나’라는 말은 사전에만 존재하는 ‘사어(死語, 현재 사용되지 않는 단어)’가 되었으면 한다. 분식회계와 코로나19를 떨쳐내는 희망찬 새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