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현대중공업그룹만 단독으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큰 변수가 없다면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 중장비와 엔진을 제작 판매하는 회사다. 출처/두산인프라코어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경영권 포함)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유진그룹이 DICC소송 리스크를 우려, 협상을 중단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만 인수·합병(M&A)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하지만 아직 세부적인 내용까지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매각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가 실시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관한 본입찰에
현대중공업지주(267250)-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유진기업(023410) 등이 참여했다.
MBK파트너스, 글랜우드PE, 이스트브릿지,
GS건설(006360)-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등 다른 인수적격후보자들은 이번 M&A의 가장 큰 변수인 중국법인(Doosan Infracore China Co.,Ltd 이하 DICC) 소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적극적인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본입찰 있기 전 인수후보자들은
두산(000150)그룹에 소송과 관련해 보증금 예치를 요구했지만, 두산그룹은 이를 거절하고 대신 '패소 시 책임 이행'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옐로우 테이블에서 발표한 2020년 건설기계기업 순위.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출처/XCMG 홈페이지
현대중공업지주(267250)(
현대건설기계(267270))가 두산인프라코어를 품을 경우, 현대건설기계는 세계 6위권 건설장비 기업이 될 전망이다. 영국 건설중장비 전문지 KHL이 발간한 옐로우 테이블(Yellow Table)에 따르면 2019년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 부문 세계 시장점유율은 3.3%고 현대건설기계는 1.2%다. 양 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칠 경우 스웨덴의 볼보건설기계(4.6%), 일본의 히타치건설기계(4.4%)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또한 현대건설기계의 중국 시장 진출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1.7~80t 사이의 굴착기 부문에서는 일본 기업보다 기술력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중국공정 기계협회(CCMA)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MNC) 중 두산인프라코어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2.9%에서 올 상반기 23.0%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상반기 별도 기준 인프라코어의 Heavy(중대형건설기계) 사업 부문의 중국 매출은 52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7% 증가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인수할 경우, 건설기계 부문 국가경쟁력이 한 층 제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