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 여성의류 관련 매물이 또 한번 나왔지만 한산하기만 하다. 온라인 의류 판매 플랫폼 더블유컨셉코리아(W컨셉)의 예비입찰이 막 끝난 가운데 이랜드그룹이 여성의류 사업부의 통매각을 선언하며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인수돼 여성의류 M&A 시장을 떠들석 하게 했던 '스타일난다'를 떠올리면 큰 온도차를 보인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삼성증권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해 지분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랜드그룹은 지분투자부터 경영권 매각까지 자금 조달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이랜드 여성복 사업부는 이랜드월드의 △미쏘 △로엠 △에블린 △클라비스 △더블유나인(W9) △이앤씨월드의 이앤씨(EnC) 등 6개 브랜드다.
이랜드그룹이 매각을 검토중인 여성의류 사업부. 출처/이랜드몰 홈페이지
이랜드의 여성의류 사업부 매각 배경은 선제적 재무구조 개선이다. 지난 이랜드는 사세 확장으로 과도한 차입을 일으켰다. 2015년 말 연결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55.8%에 달할 정도였다. 자산의 절반은 빚을 내서 구입했다는 의미다. 재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K-SWISS 등을 차례로 매각 2019년 말 연결 이후 44.7%까지 차입금의존도를 낮췄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이랜드그룹의 실적을 끌어내렸다. 이랜드의 지주사 이랜드월드는 △뉴발란스, SPAO로 대표되는 패션 부문 △NC백화점 등 유통 부문 △건설(이랜드건설) △외식(이랜드이츠) △레저(
이월드(084680))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외식, 레저, 유통은 코로나19에 영향을 많이 받은 업종이다. 지난 1분기 그룹 전체 매출액은 1조 5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 5539억원보다 4948억원(31.8%) 줄었다. 81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되기도 했다.
선제적 재무구조 개선 전략과 달리,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여성의류 산업 자체의 매력 때문이다. 이랜드의 미쏘, 로엠 등은 2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며 브랜드 인지도, 상품성 등은 이미 인정받았다. 하지만 여성의류 산업의 낮은 진입장벽과 높은 경쟁 강도는 타 산업 군과 비교할 때 마이너스다. 게다가 가두점(오프라인)중심의 영업 방식도 단점이다. 최근 온라인 전환이 성공적인 모습이지만,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국내 여성의류 시장은 경쟁 강도가 높고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면서 "시장 규모에 비해 다수의 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첨단 기술, 대규모 자본,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업종이 아니다"면서 "명품 브랜드는 있어도 장기간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는 브랜드가 없는 것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W컨셉, FI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W컨셉은 이랜드와 달리 온라인이 중심이다. 매년 GMV(총 거래가액, Gross merchandise volume)가 50퍼센트씩 성장하며,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아웃-아웃바운드 트래픽이 있는 흔치않은 비지니스 모델과 충성고객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번 예비입찰에 재무적투자자(FI)들이 대거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FI들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면서 "아무래도 (FI들은) 적자를 기록 중인 W컨셉을 이익으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성의류 산업이 완전경쟁시장에 가깝다 보니 가격 협상력이 부족, 높은 원가율 탓에 W컨셉은 매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W컨셉이 매출액 1000억원, 취급고 3500억원은 돼야 질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 탓에 전략적투자자(SI)들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W컨셉의 성장세를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W컨셉코리아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7년 294억원에서 지난해 525억원으로 2년 새 79%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억 5700만원에서 43억9500만원 손실로 돌아서며 올해 수익성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스타일난다와 이랜드 여성복 사업부·W컨셉 차이는?
쓰리컨셉아이즈(3CE)에서 판매 중인 화장품. 출처/스타일난다 홈페이지
여성의류 M&A 중 가장 좋은 사례로 분류되는 케이스는 '스타일난다'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난다다. 2004년 김소희 전 대표가 동대문에서 보세 옷을 떼다 팔면서 시작한 스타일난다는 얼마 지나지 않아
NAVER(035420), 랭키 닷컴 등 각종 순위 사이트에서 온라인 여성의류 인기도 1위에 올랐다. 이후 화장품과 인테리어 등으로 영역을 넓힌 가운데 특히 화장품 사업은 색조화장품으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2018년 로레알그룹은 난다의 지분 100%를 60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성 의류보다 화장품의 매력이 부각된 딜"이라고 분류했다. M&A의 기준이 된 2017년 상반기 난다의 매출 중 화장품 부문은 69%로 패션 부문(29%)의 2배 이상이었다. 당시 난다의 화장품 브랜드를 대표하는 쓰리컨셉아이즈(3CE)는 디올, 맥, 바비브라운 등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중국 내 색조화장품 인지도 1위였다.
당시 유니레버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비슷한 시기 'AHC'브랜드를 갖고 있는 카버코리아를 3조원(22억7000만 유로)에 인수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스타일난다의 M&A는 중국 시장 점유율, 색조 화장품 등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여성 의류 회사 M&A는 기본적으로 효과가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