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미수금은 자산인가? 미수금은 ‘기업의 본래 영업활동과 관련된 상품이나 제품 이외의 자산을 매각하고 회수가 안 된 금액’을 말하는 것으로서 회계상으로 당연히 자산이다. 그런데 미수금의 자산 여부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13년에 있었던
한국가스공사(036460) 미수금 논란이다. 가스공사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자산유동화로 불리는 약 5조 4,000억원의 미수금에 대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려고 하였다. 자산유동화란 ‘미수금, 매출채권, 부동산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증권으로 전환하여 자본시장에서 현금화하는 것’을 말한다. 미수금을 유동화하면 가스공사는 그만큼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회계기준위원회는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금융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따라 미수금의 유동화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미수금을 유동화하여 현금을 조달하여 부채를 상환하려던 가스공사의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더 나아가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과연 자산인가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만약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고 손실로 처리되면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뿐 아니라 당시 약 500%이던 부채비율이 약 1,000%가 되어 국내외시장에서의 자본조달이 어렵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수금을 유동화하여 부채비율을 줄이려던 계획이 오히려 부채비율이 2배로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스공사는 미수금을 왜 기록한 것인가? 이를 이해하려면 ‘원료비 연동제’를 이해해야 한다. 정부는 가스공사가 결정한 도매가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원료비 연동제를 운영해 왔다. 예를 들어 가스공사는 LNG 가격이 단위당 100원 오를 것으로 예상해 도매가격을 산정했는데 정부가 물가상승을 우려하여 30원만 가격 인상을 허용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에 가스공사는 30원만 받고 나머지 70원에 대해서는 미수금으로 기록하고 나중에 손익을 정산한다. 문제는 정부가 물가상승을 이유로 매년 정산 단가에 반영해 왔던 미수금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일부만 반영해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가스공사 미수금 논란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수금이 자산인가? 가스공사가 미수금을 회계 장부에 자산으로 계상한 이유는 과거에 미수금이 회수되었고 앞으로도 회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자산으로 인식하려면 여러 요건 중 가스공사가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는 가스공사가 아닌 정부에 통제권이 있기 때문에 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둘째, 미수금이 자산이라면 유동화할 수 있는 금융자산인가? 금융자산은 채권·채무 관계 등 계약 관계의 결과로 발생하므로 금융자산이 존재하면 금융부채도 존재해야 한다. 가스공사가 자산(미수금)으로 기록한다면 상대방인 도시가스 사업자는 부채(미지급금)로 기록해야 하는데 그들은 기록하지 않고 있었다. 즉, 받을 권리(미수금)는 기록되어 있는데 지급할 의무(미지급금)는 없는 이상한 상황이 된 것이다. 따라서 회계기준위원회는 금융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자산으로 인식하되 금융자산이 아닌 ‘기타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가스공사는 자산유동화는 못했지만 5조 4,000억원을 한번에 손실로 기록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이다. 가스공사의 2019년 감사보고서에도 핵심감사사항으로 “원료비 연동제 및 공급비용 정산관련 손익 인식”이 포함되어 있다.
그 당시에 가스공사와 유사한 미수금이
한국전력(015760)에도 있었다. 한국전력은 원료비 연동제를 이행하지 못해 쌓아둔 미수금 1조 9,000억원을 회수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전액 손실로 처리하였다. 이 때문에 동일한 거래에 대하여 두 기관이 다른 회계처리를 한다는 비판이 존재하였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논란은 회계가 단순한 계산과정이 아니라 논리적 과정의 산물이며 하나의 회계처리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복잡한 회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계전문가의 육성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