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시대 핵심' 현대글로비스, 지배구조 개편 환경 조성 중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지배구조 개편 관심 급증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사업 등 미래 먹거리 사업 박차
3분기 컨센서스 하회했지만 내년부터 실적 반등 전망
공개 2020-10-28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6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체제에서 현대글로비스(086280)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든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23.2% 보유하고 있다. 
 
실제 최근 행보에서도 그룹 내 현대글로비스의 역할론이 묻어난다. 현대글로비스는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사업 및 대형 액화수소운반선 개발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그룹의 미래사업과 발을 맞춰 시너지를 발휘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26일 재계 관계자는 "속도의 문제일 뿐 정의선 체제의 완성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자본시장에서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현대글로비스 내부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2018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듈·AS부품 사업이 분리되고 남은 현대모비스 존속회사가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현대글로비스를 자회사로 둔 지주사가 되는 구조다. 하지만 합병 비율을 놓고 엘리엇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여러 안이 나오고 있지만 핵심엔 현대글로비스가 자리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시 변화의 중심에 설 것으로 전망되는 현대글로비스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미래 사업 영역에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신재생 에너지 관련 인프라 사업 진출이 눈에 띈다.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사업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2029년까지 8만개의 사용 후 배터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창출하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어 각 기업이 신청한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활용사업' 3건을 포함해 총 10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현대글로비스를 포함 LG화학(051910)·KST모빌리티는 전기 택시 배터리 렌털 사업에 대한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았다. 실증 특례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일정 조건에서 기존 규제를 면제해 주고 안전성 등을 시험·검증하는 제도다.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배터리를 전기 택시회사인 KST모빌리티에 렌털해 주고 2∼3년 뒤 나오는 사용 후 배터리는 LG화학이 전기차 급속 충전용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제작하는 구조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LG화학 및 현대차 등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리스와 교환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면서 "배터리 리스를 통해 차량 구매자는 차량 가격만 지불하고 배터리는 매달 요금을 지불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미래 먹거리 사업의 배경에는 실적 개선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6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6681억원으로 22.8% 감소했다. 
 
컨센서스에 못 미치는 결과이지만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영업이익 전망은 올해 7100억원에서 내년 9060억원, 내후년 9390억원 등으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기존 운송 업무 영역에서 변화가 읽힌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중공업과 함께 대형 액화수소운반선 개발에 나섰다. 국적 선사와 조선사가 공동 개발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수소 해상운송 시장 선점을 위해 협력 시스템을 가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2일 한국조선해양(009540), 현대미포조선(010620)과 공동 개발한 2만㎥ 급 상업용 액화수소운반선의 기본 설계 도면이 세계 최초로 한국선급 및 라이베리아 기국으로부터 기본 인증(AIP)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기본 인증은 선박 개발 초기의 설계 도면이 국내외 공식 인증기관으로부터 안전성과 실효성을 인정받는 절차다.
 
전문가들은 수소 운반 사업이 아직은 초기이나 열려있는 기회라고 봤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제철(004020) 등과 함께 '수소차용 수소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연간 3만7000t의 수소 생산이 예상된다. 이를 수도권, 충청권에 실어나르기 위해 튜브트레일러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현대글로비스가 수행할 경우 예상되는 매출은 200억~3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연간 300만~500만t으로 수소 수요가 증가한다면 초기 시장 진입에서 의미 있는 행보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해외 수소 수입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해운 부문에서 수소 운반선 사업을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포케스큐(철광석 생산업체)등과 함께 수소 생산기술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호주가 수소 수출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과 한국의 그린수소 생산 여건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소수입 물류 시장의 잠재력은 크다"라고 전망했다.
 
출처/한신평
 
현대글로비스는 이 같은 미래 먹거리 사업 성공을 위해 중요한 재무안정성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2배를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는 등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18년 1조1000억원에서 2019년 1조7000억원으로 늘어났지만 관리 가능 범위로 평가된다. 2014년 이후 완성차 해상운송사업과 벌크선사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의 선박확충투자 등으로 차입금 규모가 증가했다. 도입 선박의 장기운송계약 체결 등을 통한 이익창출규모 확대와 순이익 실현에 의한 자본확충을 통해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의 재무안정성 지표는 큰 변동 없이 유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면서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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