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현대중공업그룹 참여 반전약 7000억원 우발채무 그룹이 책임지는 쪽으로 논의구조조정 과정에서 '캐시카우' 두산밥캣 가치 재조명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마무리가 될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인수전이 그동안 인수설을 부인했던 현대중공업그룹이 뛰어들면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반전은 약 7000억원의 우발채무를 두산그룹이 책임지는 방안이 논의되면서다. 그룹 내 '캐시카우'이자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두산밥캣만큼은 내놓을 수 없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을 제외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매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에 따른 우발채무를 그룹이 떠안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는데 패소할 경우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현재 중국 법인인 DICC의 재무적투자자(FI)들과 소송 중이다. 향후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할 경우 약 7000억원가량의 우발채무를 떠안게 된다. 두산그룹과 매각 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의 매각을 진행 중이다. 매각 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8000억∼1조원 수준으로 관측된다. 단순 계산으로 봐도 소송에 패소할 경우 두산그룹이 책임질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과정에서 두산밥캣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소송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두산인프라코어 경영이익의 60% 이상이 나오는 알짜 계열사 두산밥캣이 빠진다면 인수 매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두산밥캣까지 인수할 경우 업계 세계 5위권까지 껑충 뛰어오르지만 제외할 경우 7~8위권 정도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은 지난해 건설기계 연결 영업이익의 62.9%를 차지했었는데 이를 분리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구조조정 이후 그룹을 재건할 주요 계열사로 두산밥캣을 점찍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 리스크까지 감내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계열사인 것이다.
두산그룹은 2007년 5조원에 미국 잉거솔랜드의 3개 사업부문(현재 두산밥캣)을 인수했다. 이후 소형 중장비 부문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실적도 모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뛰어넘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액 3조7265억원, 영업이익 363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두산밥캣은 매출액 4조4593억원, 영업이익 4770억원을 달성했다.
두산밥캣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을 내년에는 극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은 3510억원으로 바닥을 찍고 내년 4380억원, 내후년 5030억원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액 성장도 비슷한 추이를 전망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대형 딜러와 렌탈업체들로부터 예상보다 강력한 재고 축적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각종 지표 부진에도 최근 해외 업체들 주가가 견고했던 것도 이러한 기대의 반영으로 해석되며 두산밥캣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두산밥캣 딜러들의 재고가 4개월 미만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출처/대신증권
아울러 미국 건설 및 인프라 수혜주로 꼽힌다. 딜러에서 최종소비자로 가는 리테일시장은 이미 회복 중이다. 지난 8월 NAHB 주택시장지수는 83pt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저금리와 코로나19로 인한 불안 심리와 재택증가로 도심 외곽 주택 수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선 이후 결과와 상관없이 내년부터 인프라 투자 증가와 수혜가 기대된다"면서 "올해 연말 배당은 600~1200원 사이를 전망하며 캐터필러, 디어 같은 비교업체들의 주가 급등 대비 소외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참여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순항 중이다.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전날 FI인 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수 추진설 보도에 "인수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라고 공시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소송에 따른 우발채무 리스크를 두산그룹이 책임지겠다는 점과 동종 기업인 현대건설기계와의 시너지 효과 기대 등이 인수에 참여하게 된 중요한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인수를 위한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올해 6월 연결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조2242억원 수준이다. 현대건설기계도 8000억원 이상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KDBI와 손을 잡으며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인수 비용 부담이 준 것도 긍정적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두산밥캣 매각설에 대해서는 언급할 게 없다"면서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이뤄지면 그룹 재무구조 개선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