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올해 매출, 전년 대비 42% 감소…내년도 마찬가지"매년 오르는 영구채 이자율, 대한항공 어려움 가중"대한항공을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한계기업' 상태에 놓인
대한항공(003490)의 재무 여력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만성화된 '한계기업'을 벗어나려 사업부와 자산을 팔고 정부에서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차입금 상환 여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쪼그라든 매출은 2023년이 돼야 겨우 회복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지난 17일 대한항공은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에게 1조 1214억원(9억5000만 달러)을 대여했다고 공시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미국 LA 월셔그랜드호텔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100% 지분을 보유한 미국 LA의 현지법인이다. 약 7500억원(6억5000만 달러)은 대한항공의 자체 유동성을 활용해 대여했다.
7500억원 지원으로 대한항공과
한진칼(180640)이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8월 말 현재 대한항공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현금성자산이 약 2조1000억원을 보유 중이다. 또한 연 말까지 기내식 사업부 매각 대금으로 약 8000억원이 유입될 예정이며 기간산업 안정화 기금(이하 기안기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여력도 남아있다.
대한항공의 하반기 차입금 상환 일정. 출처/한국기업평가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하반기 원리금 상환 예정 금액이 월평균 5800억원에 달하고 있다. 11월, 12월에는 매달 약 1조원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한다. 또한 시장에서 자금 조달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선영귀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기안기금의 지원 대상으로 예상되는 회사채와 영구채를 제외하더라도 금융리스와 금융기관차입금 등 원리금 상환액이 매월 4000억원 이상으로 적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차입금이 많은 탓에 대한항공은 재계 순위 13위인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임에도 '한계기업'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한계기업이란 2~3년간 꾸준히 영업으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최근 10년간 대한항공은 3개 연도를 제외하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 지난해의 경우,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의 2배 이상이었다. 미·중 무역분쟁, 항공사 난립 등이 실적 악화의 원인이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올해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전망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내년 전망은 더욱 좋지 않다. 2분기 깜짝 흑자를 견인했던 화물 부문의 특수, 연료비 감소, 정부 지원과 같은 효과도 내년에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내식과 기내판매 사업부문의 매각으로 업황 회복 시 대한항공의 이익은 줄어들 전망이다.
선 연구원은 "화물부문의 초과이익과 연료비 감축 효과, 각종 비용절감 효과가 점진적으로 사라지며 기존 수익구조로 회귀할 것"이라면서 "매출 회복이 지연된 상황에서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흑자 기조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영업상황을 가정할 때 기내식과 기내판매사업 부문의 영엽이익 규모는 대략 800억원에서 1200억원 사이로 추산된다"면서 "앞으로 여객매출이 정상화되는 시점에서 이익규모 감소와 기내식 조달비용의 증가로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의 신종자본증권. 출처/한국기업평가
게다가 또 하나의 뇌관인 영구채 이자율은 스텝업을 준비 중이다. 영구채는 배당금을 지급하는 구조지만 이는 회계상의 기법일 뿐 실질은 금전 사용의 대가인 이자 성격에 가깝다. 대한항공은 총 5개의 영구채를 발행했는데, 산업은행이 최근 매입한 차환성 영구채를 제외하고 이자율은 최소 4.6%다.
특히 2017년에 발행한 3334억원의 영구채는 이자율이 6.88%에 이른다. 해당 영구채는 2022년 최소 10.44%로 뛰어오르게 된다. 다른 영구채들 역시 2021~2022년 이후 매년 0.5%씩 이자율이 높아질 예정이다.
또 하나의 조달 루트인 장래매출채권 유동화 역시 여력이 다소 줄었다. 현재 주력 사업부인 화물 부문에서 매출이 어느 정도 나오기에 이를 유동화시킬 경우,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안기금으로 7000억원의 장래매출채권을 활용한 터라 자금 융통의 여지가 줄었다.
대한항공을 '만성 한계기업'으로 만든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호텔 사업을 지목했다. △칼호텔네트워크 △LA윌셔그랜드호텔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 등 한진그룹이 보유한 호텔들은 2010년 이후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호텔 건설을 위해 많은 자금이 투입되며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악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강성부 KCGI 대표는 'Value Hanjin'이란 보고서를 통해 "대한항공은 호텔, 레저사업 투자를 늘리며 재무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면서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호텔 사업부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대한항공은 과다한 차입금 때문에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호텔 사업을 확장했던 2010년대 중반 선택이 결과론적으로 패착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호텔업 정리는 당연하고, 최악의 경우 육상 운송 계열사인
한진(002320)의 매각까지 고려해야 한다"면서 "결국,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현재 문제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