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대표. 출처/대우조선해양
[IB토마토 노태영 기자] "저는 CEO 임무를 시작하면서 ‘초일류 기술로 시장의 판을 바꿔나가고, 이를 통해 지속 발전하는 회사를 만들자’는 기치를 내걸고자 합니다."
2019년 4월부터
대우조선해양(042660)을 이끌고 있는 이성근 대표는 취임사에서 ‘위기 극복의 DNA’를 강조하면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1년 5개월여가 지난 현재 수주 절벽에 내몰린 대우조선해양은 실적 부진에 재무리스크까지 마주하며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16일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특성상 수주 말고는 실적 반등의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서 "한국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 역시 대우조선해양 스스로 수주 모멘텀을 키워나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성근 대표는 최근 임직원을 향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그는 지난달 사내 특별 CEO 메시지에서 “우리 회사가 처해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수주 잔량이 약 1년치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면서 “이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인 수주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고 밝혔다.
하반기 수주 기대감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이 대표는 “카타르 LNG선은 올해 당장 첫 호선 계약도 불확실한 장기 프로젝트고 러시아 프로젝트를 수주한다고 해도 올해 수주 목표의 절반 정도를 채우는 수준이다”라고 진단했다.
6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도 실적이 암울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7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9658억원으로 8.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515억원으로 64.5%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영업이익은 3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수주 악화다. 선주사의 발주에서, 수주, 실제 건조까지 2~3년이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앞으로 실적 악화가 걱정인 상황이다. 이 대표의 비상 경영 선포 역시 이런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주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면서 "내년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84.6% 감소한 61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8월 기준 수주액이 15억3000만달러로 연간 목표치의 21%에 해당한다. 사실상 올해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절반의 목표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연간 최소 70억 달러를 정상 조업 기준으로 보고 있다. 일감 부족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구조조정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출처/한신평
아울러 재무 부담 역시 여전하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2018년 대규모 출자전환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2019년 장기미인도 드릴쉽 인도에 따른 자금유입(소난골 드릴쉽 2척, 8억2000만달러), 자구계획에 따른 자산 매각 등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총차입금은 2015년 9조1554억원에서 2016년(6조6305억원), 2017년(3조7117억원), 2018년(3조2053억원), 2019년(2조9641억원) 등으로 줄여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3조원에 달하는 차입금 규모 축소는 실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큰 숙제다.
영구채의 존재도 여전히 고민이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올해 3월 연결 기준 총자본의 58%를 차지하고 있는 신종자본증권(2조3000억원)의 차입 성격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재무부담은 지표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이고 배당금지급결의 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자미지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2021년까지 1%로 적용되는 금리가 같은해 12월31일부터 시장이자율+0.25%로 상승함에 따라 이자비용 부담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수익성이 담보된 LNG선을 중심으로 하반기 수주 기대감이 크다"면서 "재무적 요인 역시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