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퓨얼셀 무상 수증…부채비율 반토막 전망올해 신용도 개선 어려울 듯…일회성 비용↑·차입금 되려 증가두산건설 매각…"잠재적 리스크 해소에 의미"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올해 이슈의 중심에 선
두산중공업(034020)이 환골탈태 중이다. 속도감 있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퓨얼셀 사업부 편입, 수주 회복, 풍력발전의 재발견 등 기지개를 켤 채비를 마쳤다. 다만, 인력 감축, 두산건설 채권 상각 등 일회성 비용과 수주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두산중공업의 턴어라운드 원년은 올해보다는 내년 혹은 내후년에나 기대케 한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두산중공업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박정원
두산(000150)그룹 회장 등 두산 대주주들은 보유하고 있는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모트롤과
두산솔루스(336370) 매각 대금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자금으로 활용되며 두산중공업은 증자 받은 자금 대부분을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계획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은 별도 기준 150.4%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올 상반기 292.9%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이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지금의 48%에서 34.8% 수준으로 줄어든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업종, 금리 수준 등에 따라 높고 낮음을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하지만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200% 미만, 차입금의존도는 30% 미만일 경우 양호한 수준으로 분류된다.
다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됐던 단기차입 비율은 지난해 말과 비교할 때 상황이 더 악화됐다. 상반기 말 기준 두산중공업은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약 90%로 2018년 말 53%보다 37%p 높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마이너스 통장과 유사한 신용공여를 제공해 부도 위기에서 빠져나왔지만 유동성 부담은 여전하다.
두산중공업의 별도기준 단기차입 의존도.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두산중공업이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련의 절차가 끝난다면 올 연말 두산중공업의 재무상태는 지난 상반기 말과 비교할 때 확연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공시한 유상증자와 대주주 지분 증여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의미 있는 수준의 재무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 수주 2조 돌파…7년래 최대
상반기만 놓고 볼 때 올해 두산중공업의 수주는 지난 7년래 최대다. 사업보고서 기준 두산중공업의 올 상반기 수주는 2조원을 웃도는데 201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발전사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으로서 수주잔고가 넉넉하다면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매출이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 다만, 수주인식 기준과 실제 계약 성사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수주는 괜찮은 편"이라며 "연말에 수주가 몰리는 발전사업 특징을 고려해볼 때 올해 수주 증대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아직 시일이 필요하다. 올 3월 두산중공업은 대규모 인력 감축을 했다. 구조조정은 일회성 비용을 수반한다. 여전히 상반기 말 별도 기준 두산중공업의 재무제표에는 이연법인세자산이 없다. 이연법인세자산은 미래 소득을 전제로 계상되는 계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한국판 뉴딜, 그린에너지 현장방문’의 일환으로 전북 부안군 위도 근처의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도착해 발언하고 있다.출처/뉴시스
또한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해상풍력사업 역시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2030년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79기의 풍력발전기를 모두 두산중공업이 건설한 터라 이번 정책 수혜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이동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전, 석탄화력, 가스복합화력, 신재생 풍력 등 모든 에너지 설비 라인업을 보유했다"면서 "앞으로 주요사업들의 가치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국내 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 확고한 중심 축은 분명하다"라고 평가했다.
두산건설이란 '늪'
연결 기준까지 시야를 넓힌다면 두산중공업의 문제는 단연 두산건설이다. 100%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인수·합병(M&A)과 별건으로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인데, 그 중심에는 장기대여금이 있다.
두산건설의 채권 현황.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두산건설은 장기대여금을 덜어내는 중이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6661억원이었던 두산건설의 장기대여금은 이번 상반기 말 1297억원까지 줄었다. 설정됐던 충당금 역시 환입, 제각, 물적분할, 대체 등으로 줄어드는 채권과 발을 맞춰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상각의 이유를 '절세'에서 찾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장부상 채권을 줄인다고 회사의 밸류가 바뀌지 않는다"면서 "그렇기에 M&A 목적보다 절세 목적일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법상 대손금 요건만 만족한다면 그룹이 납부할 세금을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대손상각비는 두산중공업의 연결 실적을 악화시켰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6231억원의 반기순손실을 기록했다. 1460억원에 달하는 대손상각비와 이자비용, 파생상품평가손실 등이 합쳐진 탓이다. 두산건설 M&A는 두산중공업의 당기순이익에 앞으로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전문가들은 현재 대우산업개발과 진행 중인 두산건설 매각 관련 협상이 마무리된다면 두산중공업의 미래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 유입보다는 잠재적 리스크 해소 차원이다.
최재호 나신평 연구원은 "두산건설의 매각가치는 장부가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판단되기에 두산건설 매각 시 대규모 처분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두산건설이 매각된다면 두산중공업과 같은 주요 계열사들은 잠재적인 자금지원 부담에서 해소될 것"으로 평가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