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리츠가 올해 들어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다.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것이 바로 '모자형 리츠(Fund of Fund)'라고 불리는 '재간접리츠'다. 직접 부동산을 보유한 리츠보다 수수료가 높은 경우가 많다보니
이지스밸류리츠(334890)를 비롯해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 등 유독 재간접리츠의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탓이다. 하지만 재간접리츠를 잘만 활용하면 투자자의 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올해 첫 선을 보인 재간접리츠 상품이다. 취득세 절감, 이중 보수 방지, 위험 절연 등 여러 장점을 갖춰 재간접리츠의 ‘정석’으로 불려왔다. 내년 재간접리츠와 관련한 규제가 풀리면 성장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모리츠시장에서 ‘재간접리츠’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분산투자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복층재간접펀드’ 규제에 따라 일반 공모펀드의 투자를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어서다. 재간접리츠는 하나의 리츠 밑에 여러 개의 펀드나 리츠를 통해 부동산을 소유하는 구조를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를 두고 아쉬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시각이 많다. 해당 리츠는 재간접리츠의 장점은 살리되, 수수료를 낮춰 재간접리츠의 ‘모범생’으로 꼽혀왔다. 그럼에도 단지 재간접리츠라는 이유로 복층재간접펀드 규제를 받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는 것이다.
복층재간접펀드 규제란 한 펀드가 다른 펀드의 지분을 40% 이상 가지는 경우 일반 공모펀드로부터 투자를 못 받도록 하는 법규다. 이미 이중으로 구성된 펀드에 또 공모펀드가 투자하는 행위를 방지해, 수수료가 과도하게 수취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자(子)펀드인 이지스97호와 중복되는 명목의 운용보수를 없앤 국내 유일의 상장리츠다. 해당 규제의 취지만 놓고 보면 일반 공모펀드의 투자를 받지 못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재간접리츠 중 이중 수수료를 단일화한 리츠는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외에는 없다”라며 “취득세 절감효과까지 감안하면 밸류플러스가 재간접리츠로서 누릴 수 있는 비용절감 효과는 가장 크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재간접리츠를 통해 누릴 수 있는 효과는 많다. 실제로 이 방식은 해외 리츠업계에서는 흔한 사례다. 화재 등의 사고로 한 자산에 문제가 발생했을 시 다른 자산에 해당 위험이 옮겨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입하는 ‘셰어딜’ 형태로 재간접리츠를 구성하면 절세 효과도 볼 수 있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이미 조성된 이지스97호의 수익증권을 매입해 부동산 취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되면 리츠의 에쿼티(자본)가 감소해 배당률이 늘어나 투자자가 직접적인 혜택을 본다. 하지만 재간접리츠를 향한 규제가 지속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리츠를 통해 새 자산을 편입할 수밖에 없다. 복층재간접펀드 규제에 걸려 공모펀드의 투자를 받지 못하면 주가가 제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련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복층재간접펀드 규제와 재간접리츠는 분리해서 따져야하는 것이 맞다”라며 “모리츠 밑에 자리츠가 있는 구조가 재간접리츠이기는 하지만 복층 재간접펀드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데,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는 모리츠 밑에 펀드를 두고 있어 법규상으로 규제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희망은 있다. 최근 한국리츠협회가 앞장서서 복층재간접펀드 규제를 공론화하며 해당 법규 수정을 위해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리츠협회는 5월부터 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하고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관련 부처와 소통하며 리츠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실무를 진행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올해 9월부터는 이해 관계자들과 정식으로 해당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유동성의 측면에서 일반 공모펀드의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리츠 상품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만큼 최대한 빠르게 규제가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