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롯데지주(004990)가 15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한다.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이 우량하다 보니 미매각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전반적인 롯데그룹 실적 부진과 저성장 고착화 등은 수요예측 시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8월 말~9월 초 예정된 수요예측을 거처 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 4월29일 20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한 이후 넉달 만이다. 주요 신용평가 3사는 롯데지주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부여했다.
신용등급은 AA임에도 최근 롯데그룹을 보는 시장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주요 계열사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는 가운데 지난 14일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내우외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최근 몇 년간 정체된 모습을 꾸준히 보였으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답보상태가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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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성장세는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한민국 기업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3년 평균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4.4%, 6.3%다. 하지만 <IB토마토>가 금감원 전자공시와 나이스신용평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17년 이후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매출액 변화율, 영업이익과 같은 주요 실적을 집계한 결과, 롯데제과와
롯데케미칼(011170)을 제외한 롯데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 3년간 이를 밑돌았다.
롯데제과(280360)는 2017년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줄어든 사세를 회복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평균 기업보다 매출액이 더 늘어난 계열사는
롯데케미칼(011170) 뿐이다. 롯데케미칼의 매출액증가율도 '착시'가 있다. 롯데케미칼의 2017년 매출액 증가율은 20%다. 이는 2016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004000)을 인수한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롯데의 품에 들어온 이후 롯데케미칼은 2018년 1.3%, 2019년 -5.9%, 2020년 2분기 -32.1%(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하며 역성장 중이다.
게다가 총자산 순이익률(ROA) 지표를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효율적으로 운용했다고 볼 수 있는 계열사는
롯데푸드(002270) 뿐이다. 총자산 순이익률이란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산업의 성격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100%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특히 호텔롯데는 35.5%에 그쳤다. 100원의 자산이 있을 때 35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호텔업이 속한 숙박업의 ROA는 45%보다 9.5%p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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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문제는 이 상태를 고착화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호텔롯데,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ROA의 '표준편차 대비 평균'은 10 이상이다. 해당 지표가 10 이상일 경우, 평균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높다는 의미다. 롯데쇼핑도 7.2를 기록했다. 매출액증가율이 둔화된 가운데 해당 지표가 10 이상일 경우, 그 기업은 정체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롯데지주는 호텔롯데를 제외하고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은 모두 롯데지주 아래 있어 롯데지주는 이 영향을 직접 받는다. 2020년 상반기 배당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5억원 감소한 1546억원에 그친 것도 최근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주력 자회사의 실적 저하가 주요 원인이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주요 유통사업 부문의 영업실적 부진 지속, 이익창출력 대비 차입금 부담 지표 저하 등 신용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이다"면서 "롯데케미칼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불리한 수급환경, 유가급락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으로 인해 영업실적이 저하되는 가운데 설비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지주회사 행위제한요건 해소를 위해 주력 사업자회사에 대해 20%를 웃도는 지분을 보유해야 함에 따라 추가적인 지분 취득이 예상된다"면서 "회사는 현물출자, 공개매수, 분할합병, 지분매입 등을 통해 편입 계열사 수를 꾸준히 확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추가적인 재무적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매각에 대한 우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AA등급이기에 미매각 가능성은 거의 없고, 모니터링 요인은 금리 수준"이라면서 "최종 결정되는 금리를 다른 AA등급과 비교해 흥행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