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노태영 기자] 금호타이어(073240)가 경영난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실적 악화 속에 회사 곡간은 텅 빈 상태고, 노조와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대주주인 더블스타의 방관 행보가 앞으로 금호타이어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비정규직 노조의 법인통장 압류란 초유의 사태 해결을 위해 법원에 가압류 집행정지를 요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18일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회사의 법인통장을 압류하는 건 타이어 업계뿐 아니라 업종을 불문하고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 "대주주 역시 사태 해결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극단적이지만 차라리 회사가 망해야 살 길이 열리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꼬집었다.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 비정규직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채권 압류와 추심 신청을 해 법인 계좌를 압류했다. 도급 형태로 근무해 온 이들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해 임금 차액과 이자 등 204억원을 압류한 것. 압류의 배경에는 비정규직 노조의 정규직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금호타이어가 여유 현금이 넉넉했다면 문제가 될 게 없다. 법원에 204억원의 공탁금을 낼 경우 법인통장 압류는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적 악화에 한 달 이자 규모만 60억원인 현재 재무 상황에서 알고도 대응할 수 없었던 셈이다.
결국 금호타이어는 지난 14일 법원에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에 대한 강제집행정지를 요청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법원이 조만간 받아들이면 담보를 제공하고 공탁금을 걸 예정이다"라며 "이와 별개로 "노조 측과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입장 차가 현재 너무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초 코로나19 여파에 실적이 부진했다. 2분기 실적은 영업손실 35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1분기 영업손실(184억원)보다 규모가 더 커졌다. 영업이익률은 -7.6%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467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6170억원보다 1493억원(-24.2%) 줄었다.
현금 흐름 역시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다. 2018년 7월 더블스타의 유상증자로 6400억원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05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업계에서는 2년 전 지분 45%를 획득해 최대주주가 된 더블스타에 사태 악화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과거 쌍용자동차의 최대주주였던 상하이자동차의 ‘먹튀 논란’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금호타이어의 최대주주로서의 역할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지속적인 자금 지원 등 관련 투자 요청에도 한 번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는 2018년까지 국내공장의 설비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2019년부터 본격 추진할 방침이었지만 자금 지원 없이는 요원한 상황이다.
대주주의 도움 없이 금호타이어는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버텨왔다. 투자를 통한 실적 반등보다는 당장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통제 등 비용 절감으로 영업이익 흑자에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는 실적 부진이 예상되지만 2019년 실적은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매출액 2조36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7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회사의 존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대주주의 모르쇠 행보 등은 앞으로도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조는 임금, 복지 등의 개선을 사측에 요구할 수 있지만 법인통장을 압류하는 건 경영상의 개입으로 선을 넘은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손 놓고 있는 대주주의 모습은 먹튀 우려와 더불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늦었지만 지금에서라도 정부 당국이 사태 해결을 위한 조정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노태영 기자 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