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3일 열린 KDB산업은행 ‘온라인 브리핑’에서 “그동안 이해관계자들이 금호아시아나 자문단과 검토를 했는데 (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요청은 통상적인 인수합병(M&A) 절차를 감안할 때 과도한 수준”이라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3일 산업은행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KDB산업은행
현대산업개발은 7월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12주 동안 진행하겠다고 요청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거래종결을 두고 현대산업개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으며 재실사 요청 수용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호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이 서로의 책임을 두고 공방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면 현대산업개발이나 금호산업이나 상대방의 책임을 주장하게 될 것”이라며 “계약금을 두고 소송하는 것이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위해서도 낫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만약 계약금이 문제가 된다면 계약을 해지하되, 계약금 자체를 놓고서는 소송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쟁점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이 불가항력 요소인지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요소 모두 거래종결(딜클로징), 손해배상, 계약해지 등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불가항력 요소로 판명날 경우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계약서의 문구 등을 다투는 정도라면 불가항력 요소는 (현대산업개발로서는) 상당한 입증 책임이 주어질 것”이라며 “일례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조차 대법원에서 불가항력 요소에 해당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여론전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현대산업개발이 그동안 여러 차례 공문이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내놓은 주장은 근거가 없고 악의적인 왜곡이 있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이처럼 작심한 듯 현대산업개발에 책임소재를 돌리는 발언을 한 점 역시 향후 벌어질 법적 공방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현대산업개발측에서 계약금 반환소송을 벌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겠다”라며 “본인들의 책임은 본인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기본적인 계약서도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일방적으로 거래종결일을 통보했다고 강조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