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현대HCN 품어…유료 방송 1위 '굳히기'현대백화점 그룹 공개 매각 전략…'성공'인수의사 적었던 SKT·LG유플, 경쟁사 부담 위한 비밀유지 '철저'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HCN과 현대미디어의 지분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매수자 우위의 상황에서도 이동통신 3사간 경쟁 관계를 최대한 활용하며, 열악한 환경을 극복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매각 자금을 인수합병(M&A)에 활용할 방침이다.
출처/각사 홈페이지
당초 시장에서는 5000억원 이상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HCN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권(SO, 8개)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지난해 약 700억원 내는 알짜회사다.
하지만 유료방송 M&A 시장은 매수자 우위였다. 딜라이브, 현대HCN, CMB 등 중소형 유료방송 3사가 모두 나온 가운데 '전통미디어의 쇠퇴'란 흐름이 겹치다 보니 사모펀드운용사(PEF)와 같은 재무적투자자(FI)는 사실상 입찰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유료 방송 시장점유율이 3.95%에 불과해 중소형 유료방송 3사 중 시장점유율이 가장 낮다는 단점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현대백화점 그룹은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간 경쟁관계를 최대한 활용했다. 사실 KT를 제외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인수 의지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 현대HCN 인수를 위한 개별 협상(프라이빗 딜)이 깨진 이후 무리할 계획이 없었고, LG유플러스는 세무조사와 차입금 부담 등으로 현대HCN 인수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은 보안을 최대한 유지하며, 이통 3사의 치열한 경쟁을 활용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 사이에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어느 딜보다 비밀 유지가 철저했다"면서 "인수 의지를 보여줘야 다른 경쟁사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그룹은 어떤 인수자에게도 추가 혜택을 주지 않았다"라면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통신 3사에게 공평하고 객관적인 기회를 주며 잡음을 최소화한 것이 성공적인 매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를 제외한 SK텔레콤과 KT의 재무여력은 국내 최상급이다. 공기업과 금융사 섹터를 제외한 비금융업종에서 신용등급이 AAA 급인 유이한 회사다. 신용도 측면에서 두 기업은 '초우량 기업'으로 분류된다. 역으로 이야기할 경우, 인수 의사에 따라 '패닉 바이'는 아니지만 매도자의 희망 가격을 써낼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한 회사들이다.
현대백화점은 매각을 통한 자금을 바탕으로 M&A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그룹사가 보유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시너지가 나는 방향으로 M&A를 할 계획"이라면서 "현재
SK바이오랜드(052260) 인수를 검토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