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회사 전체 당기순손실 기록…손상차손 탓전기차 배터리·OLED 패널·프리미엄 가전에 무게 중심 둬투자 부담 속 수익 감소…차입금 3년래 10조원 증가
오랜 숙제를 어떻게 마무리할까. 국내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업주 세대가 물러나고 2세에서 3세, 4세까지 경영 시대를 열며 거미줄 처럼 얽힌 지배구조 실타래는 오너가들의 경영승계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21대 국회에서 177석이 된 여당은 정부와 함께 재벌개혁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직접 내기로 했고 공정위는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이에 <IB토마토>는 창간 1주년을 맞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현주소와 전망을 담은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한화, LG, 신세계 등 국내 대표 그룹들을 4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편집자 주)
이병규 LG트윈스 1군 타격코치의 2017년 영구결번식. '타격천재'로 불렸던 이병규 코치 역시 2년차 징크스로 1998년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사진/뉴시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프로 스포츠계에는 이른바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첫해를 훌륭하게 잘 보낸 선수가 2년차 시즌에 고전하는 걸 두고 이르는 말이다. LG트윈스에서 신인왕을 받은 김동수, 이병규 선수의 공통점은 2년 차 징크스를 혹독하게 겪었다는 것이다.
20일 공정위 현황공시와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해 122조원을 벌어 2조 273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가 부진으로 거액의 손상차손이 발생, 영업 외 비용으로 6조5598억원이 발생하며 그룹 전체적으로 874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LG그룹 측은 주요 계열사 사업보고서를 통해 "현금창출단위로 관리되는 핸드폰, 디스플레이(AD PO) 사업부 등의 영업손실누적과 향후 판매 부진이 예상돼 인식했다"라고 손상차손 인식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현재 공정위의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는 한계가 존재한다. 총수일가가 보유한 해외 법인 중 국내 계열사에 지분을 투자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총수 일가가 해외 계열사를 가지고 있고, 해외 계열사가 국내 계열사를 갖는다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는 부분은 현황 공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총수 일가가 소유한 해외 계열사가 국내 계열사에 지분을 투자하지 않는다면 공시를 할 의무가 없어 그룹에서 공시를 하지 않는다면 파악이 불가능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소유한 해외 계열사가 국내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공시의무가 없다"면서 "총수 일가의 현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관련 법을 전면 개정하려고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도 내리막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약 5000억원이 올랐으나 영업이익이 약 1조3000억원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1%로 2018년 8.0%에서 4.9%p 떨어졌다. LG전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대동소이했으나, 당기순이익이 1조 3000억원 줄었다. 향후 미래현금흐름을 고려한 손상차손이 크게 인식된 탓이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011070) 역시 이 흐름을 피해 갈 수 없었다. 통신 사업 역시 비슷하다.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중
LG생활건강(051900)만 실적이 소폭 개선됐다.
그룹 차원에서 적자는 낯선 일이다. LG그룹은 2018년 매출액 126조원, 당기순이익 3조4102억원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매출액 126조원, 당기순이익 7조1203억원을 냈다.
또한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사업을 재편하다 보니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017년 말 LG그룹 기준 19조원이었던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30조원가까이 늘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차입금 증가속도는 가파르다. 2017년 말 5조6031억원이었던 차입금은 지난해 말 13조5694억원까지 늘었다. 2년 사이 2.4배가 늘었다. LG그룹은 사업 재편을 위해 투자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은 '미래'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프리미엄 가전, OLED 패널, 자동차 전장부품 등에 투자를 크게 늘렸다.
이수민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LG그룹은 2018년부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웃도는 투자 집행으로 현금흐름 창출력이 약화되었다"면서 "또한 대부분의 자금을 외부 조달로 충당하면서 순차입금도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차입 부담이 큰 탓에 그룹 차원에서 비주력 사업부와 주요 자산 매각을 병행하고 있다. LG그룹(LG화학·
LG상사(001120)·LG전자)은 지난해 2월 베이징 트윈타워를 1조3700억원에 팔았고, LG화학은 LCD용 사업부 3곳을 매각했다. 또한 차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터리 사업부를 분사, 투자 유치를 고려 중에 있다고 알려졌다.
LG그룹의 맏형인 LG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연료전지 자회사인 지난해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으며, 하이엔텍과 히타치워터솔루션 역시 매각했다. 또한 올해 LG전자 태양광 사업부의 매각도 진행 중에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 철수와 구조조정을 병행했다.
LG유플러스(032640)의 전자결제 사업 부문(PG)매각은 막바지 절차만 남았다. LG유플러스는 다음 달 1일 PG사업부를 토스페이먼츠로 분할신설할 예정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전장 부품, OLED 패널 등으로 LG그룹의 무게 중심이 변화하는 중"이라면서 "LG그룹은 향후 20년을 좌우할 수 있는 갈림길에 서있다"라고 예측했다. 이어 "미래 흐름을 탈 경우, 지난해 실적은 구광모 회장에게 성장통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 LG그룹의 행보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