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현대HCN 인수전에 이동통신사 3사가 모두 가세했다. 앞으로 예정된 딜라이브·CMB 인수전과도 맞물리다 보니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모두 관건은 '가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료방송시장 인수전 요약. 제작/IB토마토
입찰에 참여한 이동통신 3사의 시장점유율은 대동소이하다. 과기정통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KT(KT스카이라이프 포함)가 31.5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LG유플러스·LG헬로비전(24.91%),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24.17%) 순이다.
현대HCN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가입자가 133만명으로 유료방송시장에서 3.9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인수 여부에 따라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딜라이브(5.96%)·CMB(4.58%)와 현대HCN의 시장점유율은 큰 차이가 없다 보니 현대HCN 인수 후 순위 바뀜은 '중간 순위'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눈치싸움은 치열하다. 인수후보가 대형 유료방송 3사이고 매물 역시 중소형 유료방송 3사이기 때문이다. 중소형 3사의 매각 배경이 '전통 미디어의 쇠퇴'와 유튜브, 아마존,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영향력 확대인 탓에 사모펀드(PE), 벤쳐캐피털(VC)과 같은 재무적투자자(FI)들의 참여가 없는 점이 눈치싸움을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또한 대형 유료방송 3사가 현대HCN을 인수할 의사는 있지만 SKT를 제외하고 인수의사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IB업계 관계자는 "SKT를 제외하고 현대HCN의 인수의지가 높다고 확언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라면서 "하지만 한곳이라도 빠지면 다른 곳의 가격협상력이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한곳이 싸게 사면 상황에 따라 다음 인수전에도 참여할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현대HCN이 높은 가격을 부를 만큼 매력 있는 회사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SKT는 현대HCN에 과거부터 매력을 느꼈다. 지난 2월 현대HCN 인수를 위해 현대백화점그룹과 개별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도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이번에도 역시 '패닉 바이'는 없을 전망이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SKT 관점에서 현대HCN을 인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SK그룹 차원에서 현대HCN 인수를 중요하게 판단하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현대HCN 인수 시 효과가 애매하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현대HCN을)인수할 경우 규모가 커지고, 좋을 것 같다"면서도 "합리적으로 하려 한다"라고 강조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인수 의사를 나타내긴 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사장은 "현대HCN 매각건은 KT스카이라이프가 진행하는 사안"이라면서도 "현대HCN이 도심에 있는데, 도심은 영업이 어려우니까, 그런 측면에서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는 "예정대로 한다"라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IB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 모두 상세실사에 모두 참여한 만큼 인수 의사가 없다고 볼 수 없다"면서 "관건은 가격"이라고 전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