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3년 연속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크루셜텍(114120)이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업황 개선에 따른 영업실적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동성 및 재무안정성 문제는 계속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루셜텍은 기명식보통주 1000만주를 신규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모집예상가액은 한 주당 1720원으로 모집총액은 172억원이다. 기존 주주에게 우선청약기회를 부여하는 주주우선공모 방식으로 이에 대한 미청약주식이 발생할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다.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은 채무상환 및 운영자금 확보다. 예상 모집금액 172억원 중 93억8200만원은 채무상환에, 78억1800만원은 원부재료 매입에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판교에 위치한 사옥을 353억4600만원에 매각했다. 자산매각 자금은 대부분 채무 상환에 활용된다.
이는 지속된 적자로 인해 제기되고 있는 유동성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크루셜텍이 보유하고 있는 미상환 채무는 단기차입금 274억4400만원, 장기차입금 46억6300만원, 사채 179억원 등 총 491억700만원이다. 이 중 199억4300만원을 올해 갚아야 한다.
3월 말 기준 크루셜텍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6억원이다. 추가로 담보를 제공할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데다가 악화된 영업실적으로 인해 만기연장 거부 및 차입금 상환 압박 등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지문인식모듈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크루셜텍은 2017년부터 2020년 1분기까지 연평균 27.1% 수준의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으로 인해 이후 중국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성 감소, 경쟁 심화, 코로나19 영향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매출액은 2017년 1727억원에서 2018년 837억원으로 51.5%가 급감한 후 2019년 651억원으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올 1분기에는 1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5% 줄었다.
매출이 감소하면서 고정비 부담은 확대됐고 여기에 경쟁 심화 및 판매단가 하락까지 악영향을 미치며 2017년 영업손실은 396억원, 2018년 300억원, 2019년 291억원으로 적자가 3년 연속 이어졌다. 올해 1분기도 영업이익은 -27억원이다.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도 그지 좋지 않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전방산업인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줄었으며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하반기까지 매출 감소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문인식모듈 시장규모 축소로 경쟁 강도가 심화될 경우 영업실적이 작년보다 더욱 나빠질 수 있다.
크루셜텍은 유사증자와 사옥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만기연장된 21억8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채무를 올해 말까지 갚는다는 계획이다. 유상증자 금액 채무 상환에 쓰이는 93억8200만원과 사옥매각 대금 중 329억1400만원을 차입금 및 유동성 사채를 상환한다.
총 422억9600만원으로 차입금과 유동성 사채를 갚게 되면 부채비율은 올 1분기 말 기준 대비 117.33%p 내려간 32.57%, 차입금 의존도는 39.56%p 하락한 4.87%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실적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자금 투입은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크루셜텍 역시 공시를 통해 업황 개선 등으로 인한 매출 증가와 영업수익성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회사의 정상화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크루셜텍은 주력 사업인 지문인식모듈의 공급을 확대하고 메디컬 인헤일러, 미니LED 등의 신사업 추진을 통해 매출 회복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크루셜텍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는 지문인식모듈 중 광학방식과 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공급을 추가적으로 확대해 매출을 일부 회복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신사업인 미니LED와 메티컬 인헤일러 등의 본격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