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롯데리츠(330590)가 추가 자산편입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앵커투자자인 롯데쇼핑 자산을 편입하자니 유통업계 불황 속에 투자자의 반발 우려가 있고, 다른 계열사의 자산을 넣자니 현재로서는 공정거래법상 여의치 않다는 점이 부담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츠가 리테일뿐만 아니라 사업 시너지가 있는 타 계열사 자산을 편입할 가능성이 불거진다. 특히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물류센터가 거론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현재 10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2개를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롯데리츠가 상장할 당시만 해도 롯데쇼핑이 보유한 백화점, 마트 등이 우선적으로 물망에 올랐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롯데리츠 사업구조. 출처/한화투자증권
최근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가치가 오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 침투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리츠가 롯데로지스틱스의 물류센터를 자산으로 편입할 가능성은 주가에 가장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과는 대조적으로 물류센터는 이커머스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힘입어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쇼핑(023530)을 제외한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롯데리츠에 현물출자를 할 수 없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현물출자란 회사의 설립이나 신주 발행 시에 영업용 토지, 건물, 특허권 등을 출자해 주식을 배정받는 것을 말한다.
현재 롯데리츠는 최대주주인 롯데쇼핑이 지분 50%를 들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투자회사법상 최대주주와 그 특별관계자가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롯데쇼핑이 지분을 낮추지 않는 한 롯데의 다른 계열사가 추가로 지분을 얻을 수 없다. 같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는 특별관계자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또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서도 현재로서는 롯데의 다른 계열사가 롯데리츠 지분을 취득할 수 없다. 롯데리츠는 롯데쇼핑을 모회사로 둔 롯데지주의 손자회사인데 공정거래법 자회사는 손자회사가 아닌 계열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롯데리츠를 손자회사로 두지 않는 이상 현물출자를 통해 지분을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공정거래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롯데지주의 다른 계열사가 롯데리츠를 손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40%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라며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리츠 지분을 감안하면 총 지분율이 50%를 넘게 돼 부동산투자회사법에 어긋나게 돼 사실상 출자가 불가능한 셈”이라고 말했다.
현물출자의 대안으로는 현금매도 방식을 들 수 있는데 이때 롯데쇼핑을 제외한 롯데그룹의 다른 계열사들은 법인세를 일시에 납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현물출자의 경우 2023년까지 공모리츠에 한해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출자 대가로 받은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과세를 미뤄주는 혜택이 있다.
결국 롯데로서는 롯데쇼핑 보유자산을 위주로 롯데리츠에 편입시키는 것이 가장 간편한 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롯데쇼핑 자산을 담기에는 개인투자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롯데쇼핑이 들고 있는 자산 가운데 백화점을 제외하고는 부실 자산이 많다는 인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리츠가 특수관계자인 롯데쇼핑의 자산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롯데쇼핑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라며 “롯데리츠가 가진 우선매수권은 권리일 뿐으로 롯데쇼핑의 보유자산을 롯데리츠가 추가로 편입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리츠 전문가들은 이미 설립된 롯데리츠 외에 추가로 리츠를 설립하는 방안도 있다고 조언한다. 기존 롯데리츠는 롯데쇼핑의 자산을 위주로 담고, 물류센터 위주의 별도 리츠를 조성하는 방식도 있다는 것이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롯데리츠 자산관리회사인 롯데AMC가 또 다른 리츠를 구성하는 방법도 충분히 가능하다”라며 “여러 리츠에 리스크를 분산한다는 의미도 있는 데다 시장 발전을 위해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