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코로나19'가 지배한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은 깜짝 놀랄 만한 인수·합병(M&A) 소식은 사실상 없었다. 조 단위의 딜 역시
KB금융(105560)지주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거래와
LG화학(051910)의 편광판 사업부 매도 거래 정도였다.
기업을 사려하는 곳에서는 코로나19가 '저가 매수'의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지만, 매도자 측에서는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흐르지만 '밸류에이션' 시각 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딜 스토리는 풍성했다. 사연 없는 딜은 없지만 △빙그레의 해태빙과사업부 인수 △한국제지의 세하 인수 △두산의 클럽모우CC 매각 건은 유독 이야깃 거리가 쏟아졌다.
해태제과 빙과사업부 매각…기승전 '빙그레'
빙그레(005180)의 해태제과 빙과사업부 인수는 흡사 연인 간 사랑싸움과 유사했다. 지난해 10월
해태제과식품(101530)의 아이스크림 사업부 물적분할발표 이후부터 전문가들은 유력 인수후보로 빙그레를 지목했다. 빙그레는 사실상 '무차입경영'일 정도로 재무구조도 건실할뿐더러 슈퍼콘, 투게더, 메로나 등을 히트시키며 아이스크림 사업 역량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빙그레는 딜초반 '정중동'의 행보를 보였다. 일부 자문업계의 인수제안을 뿌리치며 기다렸다.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해태제과에서 제안을 뿌리쳤다.
남양유업(003920)과 같은 다른 인수후보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해태제과에서 다시 빙그레에 인수를 제안, 딜이 성사됐다.
협상 당시 대구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유행이었다. 그 탓에 공장실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빙그레는 개의치 않았다. 당시 빙그레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업계 상황을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안다"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종류의 메로나. 출처/뉴스통
유암코 세하 매각, 절묘한 '타이밍'
백판지 제조업체 3위 세하 매각은 거래종결(Deal Closing)시점이 절묘했다. 연합자산관리(이하 유암코)의 첫 투자회수(Exit)였던 세하 매각 거래는 유암코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행보에 시간을 공급해 줬다.
또한 3월 이후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며 세하 매각은 유암코 입장에서 '신의 한수'가 됐다. 그 탓에 다음 투자회수 대상이었던 넥스콘테크놀로지 매각절차가 코로나19탓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넥스콘테크놀로지의 주요 공장은 중국과 베트남에 소재해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넥스콘 매각전은 코로나19와의 싸움"이라며 "중국 공장과 베트남 공장 실사를 위해 자가격리를 2주씩 그리고 귀국한 이후 또다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실사가 가능한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탓에 유암코는 넥스콘테크놀로지의 매각 계획을 연기했다. 매각 시기는 내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그 사이 유암코는 넥스콘테크놀로지의 가치 증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두산(000150)그룹은 클럽모우CC매각으로 세간의 부정적 평가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클럽모우 골프장(이하 클럽모우CC)이 매물로 나온건 지난 4월이었다. 두산중공업은 지속적인 수주 감소와 두산건설적자 행진이 이어지며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결국,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자금 지원을 받으며 그룹의 회생 자구안을 제출했고, 그 연장선에서 골프장을 내놨다.
클럽모우CC는 두산중공업이 지난 2013년부터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서 운영 중인 대중제 27홀 골프장이다. 최근 골프장 인기가 급증하며, 춘천·홍천 지역 골프장 M&A가 활발해 흥행은 예상했다. 하지만 1800억~21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 두산의 기대가격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했다. 1400억원 수준이 유력했으며, 최대 1600억원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이 1850억원이란 서프라이즈한 가격을 써내며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우협이 발표된 금요일 많은 관계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 거래는 하반기
두산솔루스(336370), 모트롤BG,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등 두산그룹의 주요 계열사 매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년 이상 M&A를 담당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클럽모우 CC딜은 두산의 구조조정 스타트로 아주 좋은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두산 로고. 사진/ 두산중공업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