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쓱닷컴을 진두지휘하며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쓱닷컴은 최근 급격한 매출신장과 함께 신사옥으로 옮기며 가파른 외형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정 부회장의 행보와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 조건을 연결 지으며 쓱닷컴의 기업공개(IPO)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6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매주 이틀씩 꼬박꼬박 쓱닷컴 본사가 위치한 서울시 중구 센트로폴리스에 출근한다. 그동안 성수동 사무실에 주로 들렀던 것과 달리 쓱닷컴에 상당히 힘을 싣는 모양새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와
이마트(139480) 등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사업뿐만 아니라 호텔과 온라인사업까지 두루 챙기고 있다.
쓱닷컴 새벽배송 데이터. 출처/쓱닷컴 홈페이지
올해 5월 말 쓱닷컴은 기존 남대문 근처 메사빌딩에서 종로구 공평동 센트로폴리스로 사옥도 이전했다. 센트로폴리스는 설립된 지 2년이 채 안 된 서울 도심의 초우량 오피스다. 현재 쓱닷컴은 A동의 두 개 층과 B동의 세 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한때
이마트(139480) 본사를 기존 성수동에서 선릉 부근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결국은 이마트 본사보다 쓱닷컴 사옥을 이전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쓱닷컴이 사용하던 건물이 노후했던 데다 마침 쓱닷컴 매출이 고공 성장하자 과감히 사옥 이전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쓱닷컴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인원 충원을 지속하고 있어 기존 메사빌딩에서 직원들을 모두 수용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다”라며 “센트로폴리스가 신축 건물인 데다 쾌적한 환경이어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쓱닷컴은 1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출범 1년차인 지난해 매출 84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속 성장세다. 특히 새벽배송이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23일 기준 새벽배송 누적고객은 72만명으로 누적 주문수와 누적 상품수는 각각 270만건과 4100만개를 기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온라인사업부가 물류를 관리하기 위해 거점을 외곽으로 옮기는 추세가 있지만 오히려 쓱닷컴은 반대 사례”라며 “아무래도 회사 성장에 따라 사옥의 위치가 시사하는 바가 큰 만큼 (사옥 이전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이처럼 쓱닷컴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은 2018년 쓱닷컴이 해외자금을 유치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쓱닷컴 설립 당시 일정 조건을 충족하도록 해외투자자와 약정을 맺어뒀기 때문이다.
2019년 초 정 부회장은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글로벌 투자사인 블루런벤처스(BRV)로부터 1조원을 투자받아 쓱닷컴을 새롭게 단장했다. 각 계열사에 흩어져있던 온라인사업부를 쓱닷컴으로 한 데 모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 FI와 2023년까지 총매출 요건 혹은 IPO 달성을 두고 매수청구권을 맺어뒀다는 점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FI들은 2024년 5월1일부터 2027년 4월30일까지 보유 주식 전부를 대주주인 이마트와 신세계에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총매출 요건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5년 내에 5조원이라는 조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총매출 요건을 맞추거나 기업공개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해외투자자의 자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 때문에 쓱닷컴이 지난해 영업손실 약 819억원을 내자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이마트는 쓱닷컴의 해외 투자유치 관련, 자기자본 매입의무로 금융부채 3816억원을 잡아두고 있다”라며 “매수청구권 관련 요건을 달성하게 되면 해당 부채는 제외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