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강남역 ‘바디샵건물’로 유명한 대승빌딩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체투자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기준금리도 인하되며 입지가 우수한 강남권 오피스 빌딩에 자금이 몰리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대승빌딩이 강남역 일대의 부동산 시세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며 소유주인 디에스네트웍스가 지분가치 상승에 매각을 추진할지에 시선이 쏠린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초4동 강남대로61길에 위치한 대승빌딩의 철거작업이 마무리됐다. 해당 빌딩은 지상 8층의 연면적 4674.25m²로 철거기간은 5월6일부터 6월15일이다.
옛 대승빌딩 전경. 출처/네이버 거리뷰
이 건물은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해있으며 이전부터 1층에 더바디샵 매장이 입점했다. 한 때 강남대로변 건물 가운데 단일 매장 기준 임대료가 평당 월세 1억2000만원으로 가장 비싼 임대료를 내는 매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해당 건물은 국내 굴지 시행사 가운데 한 곳인 디에스네트웍스가 소유하고 있다. 디에스네트웍스는 이전부터 해당 건물을 사옥으로 사용해왔다. 준공 기간은 2년으로 예정됐으며 지하 3층, 지상 15층 규모의 신축 빌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당 건물이 아직 철거되기도 전이지만 입지가 워낙 좋아 저층부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임대차계약을 이미 맺어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토지 인허가도 이미 받았기 때문에 평당 가격이 크게 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강남역 일대의 건물가치가 오르고 있다는 점도 평당 가격이 높게 매겨지는 이유다.
코로나19 여파로 강남권역(GBD)이 도심권(CBD)을 제치고 토지 및 건물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명동 일대에 일본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해 상대적으로 강남권역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빌딩의 가격이 토지 기준 평당 1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바로 옆 건물인 옛 ‘뉴욕제과’ 빌딩이 지난해 말 이지스자산운용에 평당 7억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크게 높아지는 셈이다. 현재 해당 빌딩은 1층부터 4층까지 삼성물산 의류브랜드 ‘에잇세컨즈가 임차하고 있다. 임차계약이 만료되면 이지스자산운용이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지을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남역 일대는 토지 및 건물가격 상승속도가 워낙 빨라 처음에는 가격이 터무니없어 보여도 1~2년만 지나면 호가가 곧 적정가격이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승빌딩의 경우 리모델링을 마치면 1층부터 4층까지 우량임차인인
삼성전자(005930)가 입주하기로 되어 있다는 점도 건물가치 상승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디에스네트웍스가 해당 사옥을 실제로 매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건물은 정재환 디에스네트웍스 회장의 선친이 유산으로 물려준 것으로 알려진 데다 강남역 사옥으로 오랜 기간 사용했기 때문에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자산가 소유인 ‘에잇세컨즈 건물’ 매입을 고려하기도 한 것으로 안다”라며 “저층을 제외하고 디에스네트웍스 사옥으로 사용할 예정인데 굳이 매물로 내놓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한 인터뷰에서 “강남역 대승빌딩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디에스네트웍스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