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 약화라는 기저질환에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국내 대표 기업들도 속절없이 한계기업으로 추락하고 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이른바 '좀비기업'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에 직면, 생존을 위협받는 기업은 더욱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IB토마토>는 디스플레이·전자·반도체·유통·외식·건설·항공·해운·조선·석유·화학·자동차·부품·철강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처한 심각한 한계상황과 이중·삼중고의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는 생존전략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 속에 국제 시장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수출 부진이 지속되며 성장성과 수익성이 뒷걸음질 칠까 걱정이다. 국내IT 기업들은 중국의 견제로 악전고투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까지 더하며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었다. 여기다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기업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그래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사정은 낫다. 간판 기업들은 일시적으로는 수요 감소에 타격이 불가피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반면 체력이 약한 부품회사나 디스플레이와 같이 업황이 자체적으로 악화된 회사들은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했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IT)산업이 일시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스마트폰 생산일정에 차질이 생긴 데다 소비 감소폭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13억3000만대로 지난해보다 3.5%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역시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예상치를 당초보다 10%가량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6400만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 매출은 4.41% 감소했다. 전체적으로는 연결 기준 매출 55조33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내 전분기보다 매출은 7.6% 줄고, 영업이익은 10% 감소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1억5700만대로 상반기 예상치인 1억300만대에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화상회의와 재택근무 등 업무 행태가 변화하면서 개별 기업들은 클라우드회사를 통해 서버 트래픽을 해결하고 있다”라며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견조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연간 실적 추이. 출처/SK증권
반면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코로나19의 시발점인 중국 우한의 공장 ‘셧다운’으로 국내 회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그동안 중국 회사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투를 벌여온 데다 디스플레이 수요 급감에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LG디스플레이(034220)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강자들은 재무사정 악화로 시름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창궐이 시작된 우한은 중국 징둥팡(BOE), 티안마, CSOT 등 중국의 대표적인 디스플레이회사들의 공장이 집결된 곳이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램프업(생산량 증대)이 지연됐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이 반사수혜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중국을 거쳐 전 세계로 뻗어나가자 상황은 예측과 다르게 흘러갔다. 중국 우한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그친 대신, 글로벌 시장에서 대부분의 스포츠행사가 취소되면서 디스플레이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탓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우한은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 예상보다 빠르게 코로나19 여파를 수습한 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국과 이란, 서유럽 등으로 퍼졌다”라며 “중국의 디스플레이 생산차질은 우려와 달리 소폭에 그쳤고 오히려 패널 수요 감소량이 커져 패널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이자보상배율 추이. 출처/나이스신용평가
LG디스플레이(034220)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의 막강한 보조금 정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이번 코로나19가 더해지면서 재무사정은 갈수록 악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2018년부터 이자보상배율이 1이하로 떨어지는 등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LG디스플레이의 이자보상배율은 1.0이었고 2019년 9월 말 -7.5까지 떨어졌다. 이자보상배율이 1.5 이상이어야 빚을 갚을 능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며 1미만이면 한 해 번 돈으로 한 해 이자도 다 갚지 못하는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간주한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은 좀비기업(한계기업)으로 판단한다.
올해 1분기 LG디스플레이는 매출 4조7240억원, 영업손실 3620억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19.6% 감소했고 손실은 2.7배가량 늘어났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1분기 순손실이 약 3828억원에 이르렀다. 또한 LG디스플레이는 2017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올레드 투자로 차입금 규모가 불어난 것 역시부담으로 지적된다.
2016년 말 LG디스플레이 총차입금은 4조8000억원 수준에서 2019년 말 약 13조6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EBITDA(상각전영업이익) 수치 역시 2019년 기준 4.3배로 높아졌다. 2015년에서 2017년까지 0.5배 정도로 유지됐다가 최근 급격히 오른 것이다.
중국 정부의 꾸준하고 지속적인 금전적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 디스플레이회사들이 약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대표적 중국 디스플레이회사인 BOE는 신규 설비투자를 벌일 때마다 10~50%씩 지방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회계상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보조금까지 챙기고 있다. 지난 10년간 BOE가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경상보조금은 약 2조1000억원에 이른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디스플레이회사들은 2010년 이후 빠르게 설비투자를 키우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라며 “시장의 과점사업자로 진입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LCD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들고 궁극적으로는 퇴출될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LCD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사업중 생산효율성이 높은 IT 및 자동차용 LCD패널 위주로 사업구조를 바꿔나갈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패널사업 철수 시점을 당초보다 6개월가량 앞당긴 올해 말로 잡아두고 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발발로 LCD패널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영향을 받자 삼성디스플레이가 LCD사업 철수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고 파악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상각전영업이익 규모 내에서 제한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라며 “LCD사업 역시 TV부문을 제외한 모바일이나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부품 위주로 생산해 ‘LCD 구조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