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두산인프라코어(042670)는 중국법인(Doosan Infracore China Co.,Ltd 이하 'DICC') 소송에 국내 최고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하며 사활을 걸고 있다. 담보 여력이 적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최후의 수단인 '마통'까지 끌어써야 할 판이다. 이는 인프라코어의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영업력 대비 과중한 차입구조를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와 관련해 IMM PE·하나금융투자 PE·미래에셋자산운용 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주식매매대금 지급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아 있으며, 법원은 1심에서 두산의 손을, 2심에서는 FI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이후 진행되는 잔여대금지급 청구 소송은 현재 1심 판결 중이다.
대법원 선고가 올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원하는 파기 환송보다는 2심 판결이 유지될 확률이 상당하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9 사법연감'에 따르면 대법원에서 원심 판결이 파기된 건수는 전체의 4.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변호사는 "두산인프라코어 소송이 4%에 속할 가능성도 있지만, 96%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두산이 FI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전달했다.
만약 패소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최대 8000억원 수준의 자금소요가 예상되는데 이를 지급할 여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보유 자산 중 가장 확실한 담보물인
두산밥캣(241560) 주식이 모두 담보 제공 혹은 질권이 설정돼있다. 84%는 자금조달을 위한 담보 제공 용도로, 16%는 질권 설정 목적이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토지와 건물 그리고 기계장치의 담보설정비율 역시 61.5%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토지나 건물의 일반적인 담보인정비율은 70~80% 정도"라고 말했다. 게다가 기계장치가 포함돼 있어 담보설정비율 통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형자산을 담보로 2000억원 이상 조달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산업은행의 지원은 애당초 고려대상이 아니다. 산업은행에서 조달한 자금은 다른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즉, 패소 시 FI에게 줄 대금 지급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금융기관과 체결한 1조 1674억원의 여신한도약정이 있으며, 계열사인 두산밥캣의 배당 여력도 있다. 유상 증자 역시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의 근간인 영업을 재원으로 만들긴 어려워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8403억원의 영업이익, 39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1613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만들었다. 하지만 두산밥캣이 포함되지 않은 별도 기준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는 것도 벅찬 상황이다. 2015년 이후 별도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이자보상비율은 66%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으로 차입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만약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다면, 즉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돈다면 좀비기업 혹은 한계기업으로 불린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2016년 이후로 본다면 별도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이자보상비율은 한계기업 수준은 아니다. 2016년 이후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117% 수준으로 영업으로 번 돈이 이자비용보다 17% 정도 더 많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 차입 비율은 상당하다. 별도 기준 1분기 말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입금 의존도는 56% 수준이다. 자산의 절반을 남의 돈으로 구입했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30%를 기준으로 많고 적음을 판단하는데,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입금의존도는 기준의 2배에 가깝다.
물론 코로나19 극복책으로 중국의 신기건 프로젝트처럼 각국의 정부 투자 지출 확대 기대감이 크다. 건설기계를 주요 사업부로 두는 두산인프라코어에게는 호재다.
하지만 극복책의 근본 원인인 코로나19 영향은 현재 진행 형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두산인프라코어의 별도 기준 총차입금/상각 전 영업이익(EBITDA)규모는 지난해 말 9.5배에서 14.6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지표는 영업 창출 현금흐름과 차입금 사이의 상관관계를 검토하는 지표로서 10배가 초과할 경우 나이스신용평가는 등급 하향을 검토하게 된다.
DICC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의 근본적인 문제인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현금창출력 대비 다소 높은 차입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의미 있는 수준의 차입금 감축에는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높은 차입금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