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면세점 외형 확장과 프리미엄 아울렛 출시가 맞물리면서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현대백화점(069960)의 중단기적 투자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안정적인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투자에 대비했지만 코로나19 타격으로 수익성 회복이 더뎌질 경우 차입금 증가를 피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38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가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80.2%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은 커진 영향 때문이다.
사업부문별 손익을 살펴보면 백화점의 1분기 순매출액은 3926억원, 영업이익은 3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7.7%, 65.3% 감소했다. 면세점 부문은
두산(000150)으로부터 인수한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두타면세점)을 2월부터 운영하면서 매출은 800억원으로 14.4%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94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그래도 1년 전 236억원보다 적자폭을 줄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이 2분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백화점은 4~5월 들어 명품소비 등을 중심으로 1분기보다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4월 들어 면세점 이용객 수는 3월보다 39.7%가 줄었고 1년 전보다는 91.4% 감소했다. 신영증권은 현대백화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4% 줄어든 292억원으로 추정했다.
특히 항공여객 수요 회복이 올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사업권을 따낸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이 계획대로 오는 9월 문을 열 경우 적자폭을 줄이고 있는 면세점 부문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투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과 11월 개장을 목표로 준비 중인 대전·남양주 프리미엄 아울렛 출점으로 인한 투자가 예고돼 있고 지금까지 4500억원을 출자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운전자금과 초기 운영경비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출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현대백화점이 유찰이 난 인천공항면세점의 추가 입찰을 노릴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권은 향수·화장품 영역인 DF2와 패션·기타 영역 DF6,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이 임대료 부담으로 실질 계약을 포기한 주류·담배 영역인 DF3와 DF4가 재입찰 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외형확장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의지가 상당한 가운데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백화점, 홈쇼핑, 시내면세점 외 공항면세점 등 판매채널 확보 필요성도 커졌다.
DF2는 인천공항 제1면세점 중 평당 매출이 가장 높은 곳으로 최소 보장금액이 1161억원으로 가장 비쌌다. 최소보장금액이 DF3는 697억원, DF4는 638억원 수준으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재입찰에 참여할 경우 현대백화점의 출자는 필수적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면세점 1호점을 오픈할 때부터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브랜드가치 상승과 비용절감 전략을 세웠고 지속하고 있다”라며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경우는 재입찰 공고가 나면 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분기 말 기준 현대백화점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1조4146억원이다. 현금성자산과 리스부채를 포함한 차입금 의존도는 18%, 부채비율은 58.4%로 재무안정성은 우수한 수준이라 투자에 따른 자금소요에 원활히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백화점이 그동안 연간 3000억~4000억원 안팎의 영업현금흐름(OCF)으로 외부차입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한 만큼,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한 실적회복이 더뎌질 경우 차입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프리미엄 아울렛과 면세점 관련 투자는 최소 5년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진행해왔다”라며 “현재 재무안정성은 매우 우수한 상태로 투자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