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케이리츠투자운용이 선릉 위워크타워(옛 PCA라이프타워)를 품에 안은 지 1년여 만에 투자금 회수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최근 ‘위워크 사태’가 불거지면서 자산매각이 흥행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위워크타워 선릉1호점이 매물로 나온다. 해당 빌딩을 보유한 케이알제9호위탁관리부동산회사는 현재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있다.
위워크 선릉1호점 전경. 출처/위워크 홈페이지
위워크타워 선릉1호점은 지하 6층, 지상 22층으로 이뤄진 연면적 1만9646㎡ 규모의 오피스 빌딩으로 옛 르네상스호텔 사거리에 위치해있다. 마스턴투자운용이 2019년 2월 케이리츠투자운용의 자회사인 JS자산운용(현 스탠다드자산운용)에 약 1500억원 수준으로 매각했다.
해당 빌딩의 위탁관리회사는 2013년 마스턴제칠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로 설립됐다가 지난해 9월 케이알제9호위탁관리부동산회사로 변경됐다. 이화자산운용, 현대자산운용 등이 주요 주주로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케이리츠투자운용이 위워크타워를 매입한 지 1년이 갓 넘은 시점에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을 두고 시선이 몰린다. 통상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은 특정 물건을 매입하고 5~7년 정도 운영한 뒤 가치를 높여 매각차익을 노리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해당 빌딩이 팔린 지 2년도 안됐는데 매물로 나왔다고 해서 다소 의아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위워크가 국내 전 지점의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계약과 관련한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시기가 좋지 못하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종로타워를 소유한 KB자산운용 역시 최근 위워크로부터 계약해지 요청을 받기도 했다.
부동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최근 위워크가 국내에서 철수한다는 소문까지 나오는 등 시기가 좋지 않아 흥행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위워크는 국내 대부분 지점의 건물주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고 위워크서울1호, 2호, 3호 등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계약주체로 세우고 있다. 위워크 한국 법인이나 미국 본사에서 보증해주기 어려운 구조다. 선릉 위워크타워 역시 임대보증금과 관련해 위워크서울3호가 약 20억원가량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위워크서울3호는 2017년 39억8100만원, 2018년 122억1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나이스평가정보는 해당 회사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3년 연속 손실을 본 점 등을 감안해 기업평가등급을 ‘경보’ 상태로 설정했다. 경보 등급을 받으면 향후 회사의 채무불이행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선릉 위워크타워는 지난해 마스턴투자운용이 매각할 당시만 해도 위워크를 통해 공실률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불과 1년여 만에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한 부동산리서치회사 관계자는 “해당 위워크타워는 예전 PCA라이프타워일 당시 공실을 해소하지 못해 임대료를 못 낸 적도 있었다”라며 “위워크로 대부분의 공실을 채워왔는데 최근 ‘위워크 이슈’가 터지면서 매각시기가 좋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워크서울3호 기업평가 등급. 출처/나이스평가정보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