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신용등급 아웃룩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낸 매일유업의 실제 등급 상향 가능성에 때 이른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부 신용평가사의 수익성 트리거를 충족하고 있지만, 회사채 발행으로 재무건전성 트리거인 실질 무차입 경영지속 요건은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5일 한국신용평가는 정기평가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
매일유업(267980)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변경했다.
이로써 매일유업은 국내 3대 신용평가사 모두로부터 장기신용등급 아웃룩 상향을 얻어내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여파 속에서 다수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외려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모습이다.
신용평가사는 매일유업 매출의 45%가량을 차지하는 음료부문의 마진율 향상을 높이 평가했다. 마진율이 향상되면 현금흐름이 좋아지고, 현금흐름이 좋아지면 재무안정성이 개선돼 채권 안정성이 제고되며, 이는 곧 신용등급 상향으로 이어진다.
음료/기타 부분의 신제품 출시 효과 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다. 실제 매일유업의 음료부문 영업이익률은 2015년에 1%가 채 되지 않았으나, 2019년에는 6.6%까지 증가했다. 컵커피·주스 등의 판매가 늘어난 중에, 성인 단백질 영양식 '셀렉스'가 흥행한 덕분이다. 셀렉스는 홈쇼핑·이커머스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출시 1년 만에 매출 400억원을 넘어섰다. 음료부문의 이같은 성장은 매일유업의 핵심사업인 분유사업 매출 감소마저 상쇄했다.
매일유업 셀렉스 코어프로틴 플러스. 사진/매일유업
매일유업은 경우에 따라 신용등급 상향을 노려볼 수도 있는 분위기다. 매일유업의 재무적 지표가 등급 상향 트리거 언저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량채(신용등급 AA급 이상)편입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 AA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한국신용평가는 등급 상향 조건으로 별도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매출액 지표 10% 이상, 순차입금/EBITDA 1배 이하를 제시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별도 기준 EBITDA/매출 9% 상회, 연결 기준 순차입금 마이너스(-)를 제시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순차입금 마이너스를 요구했다.
매일유업은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EBITDA/매출액 9.2%, 순차입금/EBITDA 0.1배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12억원이다. 통상적으로 신용평가사는 긍정적 전망 기업을 약 1~2년간 지켜보고, 특별한 이슈가 없을 경우 정기평가 시즌에 상향을 검토한다. 즉, 매일유업이 현재 수준의 마진율을 유지하고, 동시에 빚보다 보유현금이 많은 실질 무차입 경영기조를 지속할 경우 등급 상향을 얻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매일유업의 실질 무차입 경영 기조는 단기적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매일유업이 회사채 700억원을 발행했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은 조달자금 중 300억원만을 기존 회사채 차환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즉, 나머지 400억원이 부채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셈이다. 매일유업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차입금규모는 장·단기 합산 53억원 가량에 불과해, 차입금이 대신 줄어들 가능성도 비교적 적다.
다만, 대규모의 신규투자 계획이 없다는 점이 회사채 발행으로 인한 부채 증가를 상쇄할 수도 있다. 투자비용이 감소하면 잉여현금흐름(FCF)이 증가해 현금성자산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순차입금 규모를 줄이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매일유업은 지난해 500억원가량의 FCF를 창출했고, 이를 토대로 유동 금융자산 포함 현금성자산을 직전연도 대비 289억원 늘린 바 있다.
이동은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당분간 신규투자 계획이 없고, 제품경쟁력 강화 등으로 개선된 현금창출력 유지가 예상되므로 매일유업의 실질적인 무차입구조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매일유업은 최근 진행한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총 2400억원의 기관 수요를 모았다. 수요예측 흥행으로 금리도 밴드 최하단 수준인 1.702%로 결정됐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