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출판을 잘 모르는 사모펀드가 들어와 어느 정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한 출판업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7일 웅진그룹은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이하 센트로이드)가 웅진북센의 새주인이 됐다는 사실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알렸다. 도서물류업(도매업)에 사모펀드는 낯선 단어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웅진북센은 최초 한국출판유통주식회사로 출발한 회사다. 1996년 당시 웅진그룹을 포함해 134개 출판사와 99개 서점이 주주로 참여했다. 25년간 주주의 변화는 있었지만, 대부분 주주들은 출판 혹은 서점과 밀접한 일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이미 한차례 예방주사를 맞은 출판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사모펀드인 현인베스트먼트와 물류·물류창고업을 주업으로 하는 태은물류가 컨소시엄을 맺어 웅진북센을 인수하고자 했다. 협상은 결렬됐지만, 업계 터줏대감이었던 웅진그룹이 사업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에 출판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매각 협상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도 웅진그룹이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은 업계에 파다했다. 센트로이드와 협상한다는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또한 센트로이드란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웅진북센의 경영권이 출판계의 한 획을 그었던 웅진그룹에서 출판과 서점 업력이 없는 사모펀드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핵심이었다.
사모펀드에는 달갑지 않은 이미지가 있다. 바로 기업사냥꾼이다. 과거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가 구조조정을 통한 직원 해고, 배당·감자로 회사 곳간 빼먹기 등으로 수익을 내며 '먹튀'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이를 소재로 한 영화 '블랙머니'가 개봉해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센트로이드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지 개선에 자신감을 보였다. 센트로이드 관계자는 “사모펀드하면 기업사냥꾼이란 이미지가 과거 인수했던 회사 내부에서도 있었다”면서 “직원, 거래처 등과 꾸준히 교감하며 우리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렸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고 자부한다”라고 말했다.
영화 블랙머니 포스터. 출처/뉴스토마토
센트로이드 시대, 웅진북센은?
출판업 경험은 없지만, 기업 경영에는 능숙한 센트로이드는 인수 후 통합(PMI) 100일 플랜을 짰다. 여기에는 △이미지 개선 △도서 물류업 지위 유지 △도서 외 물류 시장 내 영업 강화 △자동화 시스템 일부 도입 △반품 서비스 제고 등이 포함됐다. 그는 "거래처, 고객사를 찾아뵐 계획"이라며 "고객사, 거래처를 예전처럼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라고 전달했다.
센트로이드는 웅진북센의 내부 조직력도 다졌다. 우선,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기존 조직원들의 능력을 신뢰한다는 의미다. 인수 이후에도 이정훈 웅진북센 대표이사와 함께한다. 이정훈 대표는 웅진그룹에서 '재무통'으로 불리며 웅진그룹 기획조정실장, 웅진씽크빅 사업지원실장, 경영기획실장, 웅진플레이도시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하다.
또한 기존 포트폴리오 회사와 시너지도 모색할 계획이다. 센트로이드는 제품 수명주기 관리(PLM)업체 솔리드이엔지와 위생재 부직포 업체인 코오롱화이버를 보유 중이다. 센트로이드 관계자는 "코오롱화이퍼의 물류를 웅진북센이 받을 수 있고, 웅진북센은 수출대행 서비스를 코오롱화이버에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광화문 교보빌딩. 출처/뉴스토마토
‘서점 공룡’ 교보문고 진출 이겨낼 수 있을까
센트로이드에게 최근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 하나 생겼다. 지난달 교보문고가 도서 물류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웅진북센은 오랜 시간 도서 물류업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시장점유율도 65% 수준으로 절대적인 수준이다. 기존의 송인서적, 북플러스는 웅진북센과 비교할 때 회사 규모가 20~30%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경쟁업체가 없었다.
하지만 교보문고가 진출할 경우, 경쟁 구도는 불가피하다. 교보문고는 국내 1위의 대형 서점이자 재계순위 25위인 교보생명보험그룹의 계열사다. 교보문고는 서점과 도서물류업의 사업 시너지를 낼 잠재력도 풍부한 회사이기도 하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웅진 북센의 서비스 품질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센트로이드가 들어와 개선을 시킨다면 모를까 변화가 없다면 교보문고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오래간만에 경쟁 체제가 되는 분위기라 한편으로 기대감이 있다"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