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KB증권이 얼어붙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대어급' 거래를 따내며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기 드물게 대형 건설사의 지급보증을 토대로 부동산PF 거래의 안정성도 확보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서울 가양동에 위치한 옛
CJ제일제당(097950) 부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약 4000억원의 대출을 내줬다. 해당 부지는 현대건설과 인창개발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CJ(001040)로부터 약 1조원 규모로 매입한 것이다.
부동산PF 유동화 구조.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올해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증권사의 부동산PF사업이 주춤한 상황에서 4000억원 규모의 PF대출을 내준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한 부동산PF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증권가 부동산PF시장에서 신규 딜이 거의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CJ 관련 딜은)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는 규모면에서 ‘메가딜’로 꼽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000720)·인창개발 컨소시엄은 최근 CJ제일제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물로 내놓은 서울 가양동 부지를 약 1조원에 매입했다. 3조3000억원가량을 들여 해당 부지를 오피스와 문화 및 쇼핑단지로 개발하려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위치는 강서구 가양동이며 기존에는 CJ제일제당 바이오 연구소가 있었다. 해당 연구소가 수원 광교로 이전되자 유휴 부지가 됐다.
KB증권은 이번 딜에 약 4000억원 규모로 참여하면서 현대건설의 지급보증을 받아 PF대출 거래(딜)의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부동산PF시장에서 증권사의 신용보강 이행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투자 위험성을 낮췄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PF사업에서 금융주선을 할 때 채무보증의 방법으로는 신용공여를 해주는 매입확약과 유동성을 제공하는 매입보장을 들 수 있다. 매입확약은 증권사가 유동성과 신용을 모두 제공하는 반면, 매입보장은 통상 대출채권에 대한 건설사의 보증을 포함한다. 또한 매입보장을 제공한 증권사는 보증한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유동화증권 매입 의무에서 면제된다.
증권사로서는 매입보장이 매입확약보다 안정성이 높지만, 매입보장 규모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전체 증권사 채무보증액 가운데 매입확약 비중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권사들이 너도 나도 부동산PF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매입확약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창개발과 현대건설이 참여한 이번 가양동 부지 개발사업은 현대건설이 지급보증을 한 만큼 참여한 증권사들도 안정성을 높였다는 측면이 있다”라며 “건설사 상대로 증권사들이 영업을 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B증권이 채무보증 수준이 높지 않아 대규모 부동산PF 대출 주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 증권사들이 금융 당국의 규제에 가로막혀 부동산PF 대출을 제한적으로 내주고 있다. 하지만 KB증권의 부동산PF 채무보증 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자기자본(약 4조5621억원)을 한참 밑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