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정관 변경 등으로 사업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한 게임빌이 컴투스 실적을 당기순이익이 아닌 매출에 반영하게 됐다. 최대 리스크였던 ‘관리종목 편입 위기’ 우려를 날려버리게 된 셈이다. 다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게임사업부의 실적 개선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게임빌(063080)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2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흑자전환을 이뤄낸 셈이다. 사업지주회사 체제 완성으로, 관계회사 컴투스 실적을 당기순이익이 아닌 매출(영업수익)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게임빌은 4월 말 기준
컴투스(078340) 지분 29.38%를 보유하고 있다.
게임빌은 올해 주총에서 정관 사업목적에 지주회사 항목을 추가하고, 사업 부문을 지주정책-게임사업으로 이원화했다. 마지막 퍼즐을 맞춘 셈이다. 본래 게임빌은 2017년부터 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해왔다. 2016년에 500억원이 넘는 단기차입금 등을 일시 상환하면서, 게임빌이 보유 중인 컴투스 주식의 공정가치 비중이 자산총액의 50%를 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빌은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주력사업인 게임제작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빌이 공정거래법 상 요건을 갖추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게임사업을 오랫동안 영위하던 기업이다 보니 내부적으로는 형식상 지주회사라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한편으로는 사업장을 통합하는 등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준비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라고 말했다.
사업지주회사 체제 완성으로, 게임빌의 관리종목 탈출도 유력해졌다. 게임빌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지속해왔는데,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 영업이익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경우 관리종목에 편입시킨다. 관리종목 편입 이듬해에도 적자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해당 기업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지분법이익은 원가가 없는 회계상 이익으로 매출분이 영업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게임빌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에 반영된 지분법이익은 동 기간 총매출의 27%에 이르는 93억원을 기록했다. 즉, 게임빌은 매출 상당액이 영업이익으로 그대로 내려오는 사업모델을 만들었으므로, 컴투스 실적만 급격히 악화되지 않는다면 흑자지속도 구조적으로 가능해진 셈이 됐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게임빌은 흑자구조 변환이 쉽지 않았던 상황으로 최악의 경우에는 관리종목 지정 등에 해당될 수 있었다”면서 “금번 사업지주회사 체제 완성으로 게임빌의 최대 리스크가 해소됐다”라고 분석했다.
게임빌 관계자도 “사업지주회사 체제 완성으로 지분법수익이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었다”면서 “관리종목 위기는 대부분 해소됐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게임빌의 남은 숙제인 게임사업부 실적 개선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일단 게임빌의 게임사업부 매출은 과거 대비 약화된 모습을 보였다. 지분법 이익을 제외하면 게임빌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전 분기 대비로는 14%가량 감소했다.
게임빌의 최근작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 사진/게임빌
대신 게임사업부 영업이익은 여전히 적자이기는 해도 과거 대비 소폭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시적 영업비용 감소 덕분이다. 야구시즌 개막 연기 등으로 1분기 마케팅비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게임빌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42억원 감소한 287억원을 기록했다.
나아가 게임빌은 수익성 향상의 핵심이 될 ‘게임빌 프로야구2020 슈퍼스타즈’의 해외진출 전략을 순차진출에서 동시진출로 변경했다. 진출 시점은 올해 8월로 확정됐고, 타깃은 일본, 미국, 유럽, 동남아 등으로 전과 동일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 전반이 뒤틀린 탓이다. 본래 게임빌은 일본 야구게임 시장을 주력으로 겨냥하고, 그전에 미국과 유럽을 선제 공략할 계획이었다. 현재 게임빌은 프로야구2020 슈퍼스타즈의 일본 현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 일부는 게임빌의 게임사업부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나 게임빌 측은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지난해 말 기준 게임빌의 게임사업부 직원수는 351명으로 직전연도 대비 14명 줄었다.
게임빌 관계자는 “효율화에 따른 인원변동은 있겠지만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면서 “직원수 감소도 자연적인 현상이라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