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준영 기자] 이마트가 1조원 규모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는 상장을 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1분기 대형마트 실적이 크게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리츠 설립에 나섰다가 ‘홈플러스리츠’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4일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기업이 고려하는 수준으로 리츠 상장을 고려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진바 없으며 추진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4월27일 한 매체는 신세계그룹이 이마트 점포를 기초로 둔 1조원 규모의 리츠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리츠 상장 현황. 출처/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
그동안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리츠 상장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지난해 홈플러스가 리츠 상장을 시도했었고, 롯데그룹 역시 리츠를 상장시키면서 이마트 역시 해당 방안을 검토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번에도 리츠 상장에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양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리츠 상장을 다시금 검토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준비단계까지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마트의 리츠 설립이 ‘불발’된 가장 큰 배경으로는 해당 리츠의 공모흥행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시기적으로 코로나19에 따라 마트점포의 영업환경이 악화된 데다 이미 상장된 리츠들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상장됐던 롯데리츠도 코로나19로 추가 자산 편입계획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마트가) 새롭게 리츠를 설립한다는 것은 리스크가 상당히 큰 편”이라며 “더욱이 코로나19로 유통업황 자체가 타격을 받은 시점이라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해 리츠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치를 밑돌자 스스로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문제는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대형 유통매장 업황이 개선되기보다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3월 대형마트의 매출은 2016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마트 역시 3월 매출이 역성장세를 보였다. 3월 총매출규모는 1조1737억원으로 지난해 3월보다 2.7% 줄었고 기존점 기준 오프라인 매출규모 역시 같은 기간 대비 5.5% 감소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3월 오프라인 유통업 매출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6% 감소했다. 대형마트 전체 매출규모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줄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은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되며 외부활동과 대중시설 이용률이 급격히 떨어져 오프라인 점포매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홈플러스리츠 상장 철회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대형마트 업황의 불확실성이 꼽혔던 만큼 이마트로서도 현재 상황에서 무리하게 리츠 설립을 추진하기가 난감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더욱이 이마트는 다양한 자산을 리츠에 담기가 어려운 만큼 대형마트 업황 둔화가 더욱 야속할 수밖에 없다.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 비마트 점포를 자산으로 편입해 투자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백화점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백화점이나 면세점사업을 하는 신세계디에프 등과 별도 법인을 분리돼있다. 롯데쇼핑이 같은 회사 안에 백화점과 아울렛, 마트 등을 분리된 사업부문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리츠상장에 성공했던 롯데와 달리 이마트는 리츠를 설립할 때 마트 이외의 자산을 편입하기가 쉽지 않다.
리츠 상장 이후 리츠의 주가 향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마트리츠의 흥행 가능성을 쉽사리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공모리츠의 경우 투자자들이 향후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기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리츠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상장된 리츠는 모두 7곳이다. 이 가운데 비교적 최근에 상장된 리츠로 2019년 상장된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를 들 수 있다. 하지만 롯데리츠는 지난해 상장 이후 주가가 무려 20%가량 밀렸고 NH프라임리츠는 약 24% 내려앉았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기업이 코로나19로 1분기 실적에 타격이 클 것”이라며 “온라인사업 재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만큼 리츠나 세일앤리스백 등 자산유동화의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