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물 변경 행위, 주요 투자자산 변경이면 수익자 집회 거쳐야선물(Futures)의 핵심 구성물 '시간'신탁계약서 상 주된 투자대상자산 변경, 해석 다양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최근 국제유가가 크게 출렁이는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이 별도 고지 없이 보유 월물을 롤오버(선물 교체)하면서 금융시장이 떠들썩하다. 선물(先物)은 Futures다. 사전적 의미로 선물에 담겨있는 핵심 구성물은 시간이다. 월물 교체는 본질적으로 그 안에 녹아있는 시간, 현금흐름을 바꾼 것이다. 이러한 삼성자산운용의 월물교체가 '주요 투자자산'의 변경으로 신탁계약서 상 위반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4월22일과 4월24일 사이 원유 선물 비중 변화. 출처/KODEX
지난 22일과 23일 삼성자산운용은 KODEX WTI 원유선물(H) ETF 상품의 구성을 변경했다. 기존에는 최근월물만 보유했으나, 가까운 월물도 함께 보유하는 방식이다. 변경 이후 해당 상품의 80%가량 차지했던 WTI Crude 6월물은 30% 대로 줄어들었다. 그 자리를 WTI Crude 7,8,9월물이 대신했다. 이후 삼성자산운용은 해당 상품의 운용 방식 변경 안내를 공지했다. 삼성자산운용은 "해당 상품의 운용방식이 변경되며, 추정 기준가(iNAV)와 펀드의 순자산 가치 사이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공지했다.
투자자들은 사전에 고지를 위반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했고, 집단소송을 고려 중이다. 수익 실현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투자자들의 원본 이상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월물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 금융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은 투자자들의 손실보다 신탁계약서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변수 중 하나로 '주된 투자대상자산의 변경'도 고려했다.
삼성KODEX WTI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 [원유-파생형](H) 신탁계약서.
'KODEX WTI 원유선물(H) ETF 상품'의 신탁계약서 8장 보칙의 46조는 신탁계약의 변경을 다룬 조문이다. 46조의 1항에는 '집합투자업자가 이 신탁계약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신탁업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 경우 신탁계약 중 △보수, 수수료 인상 △신탁업자의 변경 △신탁계약기간의 변경 △주된 투자대상자산의 변경 등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미리 수익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명시돼있다.
월물 변경 행위가 주된 투자대상자산 변경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의견은 분분했다. 주된 투자대상자산 변경이라면, 삼성자산운용의 운용 정책 변경은 수익자총회를 거치지 않은 행위가 된다.
경제적 실질로 볼 때 전문가들은 월물 변경을 자산이 크게 변한 것으로 판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6·7·8·9월 선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만기가 언제냐에 따라 현금흐름 자체가 크게 바뀐다"라고 말했다.
회사채라고 가정해보자. 수익률, 발행금액, 이자지급 등이 모두 동일하더라도 만기가 다르면 유통될 때 다른 상품으로 취급된다. 현재가치도 다르다. 현금흐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가선물 ETF 역시 월물마다 현금흐름이 다르다. 최근월물일수록 유가의 단기 변화를 보다 잘 반영한다.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변동성도 커진다. 지난 20일에는 극단적으로 유가가 마이너스 37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기초자산의 월물 변경은 현금흐름의 큰 변화다.
실질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신탁계약서 상 '주된 투자자산의 변경' 해당하는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경제적 실질은 변화했지만, 해당 변화가 반드시 주된 투자자산의 변경에 해당되는지는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신탁계약서에는 '투자신탁은 WTI원유선물 가격을 기초로 하는 S&P GSCI Crude Oil Excess Return Index를 기초지수로 한다'라며 'WTI원유선물 등 WTI원유현물 관련 장내파생상품에의 투자는 위험평가액을 기준으로 자산총액의 60% 이상으로 한다'라고 나와있다.
삼성자산은 월물을 변경했지만, 이는 기초지수 내에서 변경이며, 자산 총액의 80% 이상은 여전히 원유선물(WTI Crude)에 투자했기에 주된 투자자산의 변경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전문 변호사는 "기초지수가 변경되지 않으면 주된 자산의 변경이 아니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면서 "월물 변경을 반드시 주요 투자자산의 변경이라 말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