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기범 기자]
두산(000150)그룹이
두산솔루스(336370)의 매각 방식을 공개 매각으로 바꾸고 새주인 찾기에 나섰다. 그동안 매각대상자로 거론됐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는 마지막 구주 대가로 7500억원까지 제시했으나 두산에서 제안을 거절했다. 두산은 두산솔루스의 기업가치를 1.5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고 추가적인 옵션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 매각 작업이 제한된 시간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의 매각 방식을 공개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삼성그룹,
SK(034730)그룹,
포스코(005490)그룹 등 주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계 PE, 국내 중대형 PE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매각과 관련해 '진대제 펀드'로 알려진 스카이레이크PE와 협상 중이었다. 최소 스카이레이크는 최초 경영권 인수 대가로 5000억원, 헝가리 전지박 공장 증설을 위한 유상증자 대금 3000억원을 인수 대가로 제안했다. 하지만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두산그룹은 거절했다. 이후 거래 조건과 계약 조건이 변하며 최종적으로 스카이레이크는 지분 61%에 대해 7500억원(주당 4만원 수준)과 유상증자 3000억원의 안을 제시했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딜과 밀접한 IB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원하는 두산솔루스의 가치는 1.5조원 이상인 것 같다"라면서 "스카이레이크는 두산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모자라는 자금을 빠르게 모은 후 최대한 빠르게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었다"라고 아쉬워했다.
두산솔루스의 기업가치를 1.5조원으로 보고 스카이레이크와 같은 조건으로 지분 매각이 성사된다고 가정하면 두산은 9300억원을 수령하는 것이다. 주당 5만원 정도의 가치다.
두산솔루스는 두산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업부다. 두산솔루스는 2차전지 핵심 부품인 동박(전지박) 제조와 OLED·바이오 소재 등을 제조하는 회사로서 모두 4차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업가치 1.5조원은 유사 사례로 꼽히는 SKC의 KCFT 인수 당시 적용한 거래 멀티플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 거래를 통해 기업가치가 1.5조원이 산출될 수 있고, 두산솔루스가 매력적인 기업이기는 하지만 두산그룹은 일반적인 M&A 과정과 달리 매각 작업 시간이 자유롭지 못하다. 두산그룹은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13일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고강도 자구책을 제출했다. 자구책에는 현금화가 가능한 모든 기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034020) 자체적으로만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약 4조 2000억원으로 산업은행의 결정에 따라 두산그룹은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스카이레이크 PE가 두산그룹과 프라이빗 딜을 진행할 수 있었던 까닭도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 때문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스카이레이크 PE는 두산솔루스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3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다"라면서 "그렇기에 이번 딜에서 헝가리 공장 증설까지 고려해 유상증자를 투입하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두산솔루스가 과연 1.5조원의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라면서 "설사 1.5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실사와 같은 절차가 진행된다면 딜이 꼬이기 십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두산솔루스에 많은 대기업들이 관심 있는 것은 당연하다"라면서 "하지만 시간은 두산에게 불리한 상황임은 자명하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이상을 원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스카이레이크 PE는 기업에 자금 조달을 위해 시간을 공급해 주는 거래를 하지 않는다"라면서 "두산그룹은 콜옵션과 같은 조건을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기업이 정상화됐을 때 두산솔루스를 되살 수 있는 조건이 포함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