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외부감사인 선임기한 단축과 독립성
공개 2020-04-03 08:30:0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31일 08: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구 외부감사법에서 외부감사를 받는 회사는 사업연도 개시 후 4개월 이내에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면 됐다. 12월 말 결산법인이라면 해당 연도 4월30일까지 감사인을 선임하면 됐지만, 신 외부감사법의 시행으로 외부감사인의 선임기한이 단축됐다. 전년도에 외부감사를 받지 않은 회사의 경우에는 기존대로 사업연도 개시 후 ‘4개월 이내’에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면 되지만, 감사위원회 의무설치 회사(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 등)는 사업연도 ‘개시 전까지’ 외부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그 이외의 회사는 사업연도 개시 후 ‘45일 이내’에 외부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20년의 경우에 전년도에 외부감사를 받지 않은 회사는 기존대로 2020년 4월30일까지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면 되지만, 감사위원회 의무설치 회사는 사업연도 개시 전인 2019년 12월31일까지, 나머지 회사는 2020년 2월14일까지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도록 단축된 것이다.
 
외부감사인을 제때 선임하지 않으면 감사인이 지정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감사인을 선임하지 않아서 감사인이 지정된 기업이 2018년에 109개 기업, 2019년에 66개 기업이었다.
 
외부감사인 선임기한이 단축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감사보고서 제출 이전에 감사인을 선임하도록 함으로써 감사인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3월 말까지는 사업보고서 제출이 완료되어야 하므로 외부감사는 늦어도 3월 중순 이전에 완료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새로운 감사인의 선임을 외부감사 종료 이후인 4월 말까지 하면 되었다. 즉, 과거에는 외부감사가 종료되고 감사인을 선임하므로 외부감사 과정에서 원칙대로 까다로운 감사를 하거나 비적정의견을 표명한 감사인은 감사인으로 다시 선정되지 않는 등 감사인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었다. 
 
신 외부감사법에서 대부분의 회사가 적용되는 사업연도 개시 후 45일(2월14일) 이내 규정은 회사의 외부감사가 종료되기 전이므로 외부감사 결과와 관계없이 외부감사인이 선임될 수 있다. 변경된 감사인 선임기한에서는 외부감사인이 감사의견 제시 전에 감사인 선임계약이 체결되므로 감사인 선임계약과 관련해서 회사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원칙대로 외부감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학기말이 되면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는 모든 성적 처리가 완료되어 더 이상 성적 정정이 불가능할 때 비로소 담당교수가 강의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담당교수가 강의평가 결과를 미리 확인하게 되면 강의평가 결과가 학생들의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지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회사가 감사의견을 보고 감사인 선임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감사인 선임기한을 단축한 것과 동일한 논리다. 
 
둘째, 최종감사의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외부감사인이 변경되는 것으로 결정된 경우에 외부감사인은 본인들이 다음번에 외부감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외부감사가 종료되기 전에 알게 되어 최종감사임을 인지하고 원칙대로 외부감사를 하게 된다. 최종감사의 긍정적인 효과는 이미 여러 논문에서 입증되었으므로 외부감사인 선임기한의 단축으로 최종감사의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감사인 선임 절차의 공정성 확보다. 외부감사인 선임기한의 단축은 외부감사인 선임과 관련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굳이 필요 없을 수 있고,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나 표준감사시간 등 새로 도입된 다른 제도에 비하면 사소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소한 부분이 모여서 회계개혁의 틀을 이루는 것이다. 감사인 선임기한의 단축이 본래의 목적대로 감사인의 독립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