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이 대림산업의 사내이사 연임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을 두고 지배력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며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대림산업(000210)이 분할과 합병을 통해 오너의 지배력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 12일 대림산업은 이사회를 열고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를 위해 이해욱 회장이 사내이사를 연임하지않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는 표면적인 이유일뿐, 연임을 놓고 커질 논란을 예상해 미리 대응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 최대주주와 2대주주. 출처/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현재 이해욱 회장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대림산업 지배력을 행사한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 지분 21.67%를 가진 최대주주이고 이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52.3%를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해욱 회장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사익 편취(일감몰아주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고 검찰은 그를 불구속 기소해 이와 관련된 재판을 앞둔 상황이라는 점이다. 대림산업의 사내이사 연임을 강행할 경우 국민연금공단과 외국인, 소액주주가 연합해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할 가능성도 상당했다.
국민연금공단은 대림산업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12.29%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은 대림산업의 2대 주주이다.
이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을 포기하면서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해당 논란이 더 이상 커지지 않게 됐다. 다만 대림산업에 대한 대림코퍼레이션과 특수관계인 지분의 합이 23.12%에 불과한 데다가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강성부펀드(KCGI)가 지난해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32.6%를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서며 대림그룹은 더욱 복잡해졌다.
여러 가지로 불리해진 상황은 이해욱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키우며 업계에서는 다양한 예상이 나온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이해욱 회장이 높은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와의 합병이다. 이 회장은 합병에 따른 신주배부를 통한 지분확보로 경영권을 확보해왔다.
실제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명예회장이 지분 89.8%를 갖고 있었지만 2008년 아들인 이해욱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대림에이치앤엘과 1대 0.78로 흡수합병을 하면서 이 회장의 지분은 32.12%로 증가, 단숨에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어 2015년에는 이해욱 회장이 99.2%의 지분을 보유한 대림아이앤에스를 1대 4.19의 비율로 다시 한번 흡수합병했고 그의 지분은 52.26%를 기록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에 지난해 대림코퍼레이션에서 분할된 대림피앤피와 대림산업의 합병 시나리오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림산업과 대림피앤피의 규모 차이를 생각해 소규모 합병을 추진한다면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유안타증권은 대림산업과 대림피앤피의 소규모 합병이 일어날 경우 대림코퍼레이션이 대림산업의 지분을 25% 수준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대림산업이 인수하기로 한 크레이튼사의 브라질 공장 전경. 출처/대림산업
대림산업의 건설과 석유화학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석유화학 사업부를 대림피엔피와 합병한다는 시각도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이 회장의 영향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림산업에서 필름부문을 분리, 신설회사 대림에프엔씨 설립을 두고 석유화학사업부 분할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사업은 성장 확대를 위해 미국 ECC 설비 신설 등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이에 따라 건설과 화학사업의 분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와 맞물려 대림그룹 지배구조의 변화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대림산업은 오너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필름사업 분할은 기존 석유화학사업과 성격이 달라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분리를 선택했고 이해욱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포기도 이사회에 힘을 더 싣겠다는 행보라는 설명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필름은 석유화학사업부 안에 있긴 했지만 기존 우리가 갖고 있는 석유화학 업의 특성과는 다른 측면이 있어서 분할을 하게 된 것”이라며 “이해욱 회장의 사내이사 사퇴는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차원의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