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태호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예측을 철회했던 센코어테크가 재무적투자자(FI)와의 고이자율 풋옵션 약정 등을 고려해 코스닥 입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있다. FI는 구주매출 후 남은 물량에 보호예수를 걸지 않았기 때문에 시황을 살펴 투자회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건축 구조물 제조업체 센코어테크는 4월 내 코스닥 입성을 마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센코어테크는 지난 9~10일 예정됐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한차례 철회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기업설명회(IR)가 취소되고 코스닥 지수도 가라앉으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기조가 한 풀 꺾인 모양새지만, 주가 회복은 아직 더딘 모습이다. 여전히 투심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센코어테크가 코스닥 입성을 다소 급하게 재추진하는 까닭은 FI와의 기업공개(IPO) 엑시트 약정에 일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센코어테크는 미국 벤처캐피탈(VC) 블루런벤처스(BRV)의 운용펀드 ‘BRV로터스펀드2012(BRV Lotus Fund 2012)’로부터 2014~2015년 두 해에 걸쳐 145억원을 투자받았다.
블루런벤처스는 투자금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붙였다. 73억원에는 ‘투자일로부터 최종상환일까지 연 복리 20%를 적용한 금액을 행사가격으로 한다’라는 조건을 달았고, 남은 73억원에는 ‘투자일로부터 매수금 입금일까지 연 복리 4%의 할증’이라는 항목을 붙였다.
풋옵션 행사가능 트리거는 센코어테크 매출 800억원 및 영업이익 60억원 달성 등이다. 트리거 충족 후에도 센코어테크 IPO가 고의 지연될 경우, 블루런벤처스는 풋옵션 행사를 통한 엑시트에 나설 수 있다.
센코어테크는 매출·영업이익 트리거를 충족한 상태다. 2017년 연결 기준 매출액 1417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기록한 덕분이다. 때문에 센코어테크 상장 목표일도 2018년 8월로 설정된 바 있다. 코로나19로 시황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상장 목표일이 2년가량 지났으므로 FI 입장에서는 엑시트가 시급한 셈이다.
센코어테크 입장에서도 상장지연에 따른 불이익을 고스란히 떠안기는 어렵다. 블루런벤처스가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센코어테크가 투자받은 173억원은 이자율 약정 등에 따라 300억원 내외의 빚으로 불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FI 엑시트 이전까지는 자유로운 경영도 어려운 형국이다. 센코어테크는 약정에 따라 경영진 선임·자산매각·자금조달·급여인상 등의 핵심 의사결정을 할 때 블루런벤처스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 더불어 센코어테크는 제반 계약에 의거해 이승택 BRV 캐피탈매니지먼트 팀장을 비상근이사로 임명했다. 실제 이승택 이사는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센코어테크는 “투자자 경영 참여 권한은 코스닥 상장 이후 소멸한다”라면서 “이승택 이사와는 회사와 투자자 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의견불일치 없이 이사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센코어테크 진천공장. 사진/센코어테크 유투브
블루런벤처스는 보유 주식의 50%인 69만500주를 구주매출로 설정했다. 센코어테크 공모밴드가 1만2400~1만6500원으로 산출됐으므로, 블루런벤처스는 구주매출로 86억~114억원 내외를 손에 넣게 될 전망이다.
블루런벤처스는 남은 절반의 물량에 자발적 보호예수를 걸지 않았다. 특히 블루런벤처스는 투자금 일부에 대한 풋옵션 소멸 조건으로 ‘9월30일까지 상장완료 및 주식매각’을 내걸었으므로, 시기를 살펴 잔여지분 엑시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환 센코어테크 대표이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상장을 재추진하게 됐지만 투자자분들에게 당사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블루런벤처스(BRV)는 지난해 3월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사업인 ‘SSG닷컴’ 등에 투자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더불어 블루런벤처스 아시아지역 투자를 LG가문 맏사위 윤관 BRV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가 이끌고 있다는 점도 이목을 끈 바 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